중년 여성에게 호발하는 류마티스관절염이 있으면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2배 가까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신동욱 가정의학과 교수와 김형진 국제진료센터 류마티스내과 교수, 강지훈 고신대복음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0~2017년 사이 국가건강검진을 받았던 40세 이상의 성인 32만 8080명을 평균 4.3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류마티스관절염을 앓고 있는 5만 4680명과 류마티스관절염이 없는 27만 3400명을 대조군으로 설정하고 두 집단 간 파킨슨병의 발생 위험도를 비교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군의 파킨슨병 발생 위험은 대조군보다 7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진단 받은 환자는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게 운동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면 적시에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노화로 생기는 퇴행성관절염과 달리 자가면역질환의 일환으로 나이와 관계없이 발병한다.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가 우리 몸의 일부를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으로 잘못 인식하면 생길 수 있다.
연구팀은 추가 분석을 통해 혈청 류마티스 인자 양성 여부와 파킨슨병 발병 위험 간 연관성도 밝혀냈다. 일반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80%가 혈청 양성형에 해당한다. 이번 연구에서도 전체 환자의 71.3%에 달하는 3만 9010명이 혈청 양성형이었다. 분석에 따르면 혈청 양성형 환자들은 대조군보다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95% 높았다. 류마티스관절염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혈청 양성형 환자는 류마티스관절염이 없는 경우보다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2배 가까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라도 혈청 양성인 경우 혈청 음성인 경우보다 파킨슨병 위험이 61% 더 높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확인됐다.
강 교수는 “기존에는 여건상 혈청 양성 환자와 음성 환자를 명확히 구분해 대규모 연구를 진행한 사례가 없었다”며 “대규모 코호트 연구로 류마티스관절염이 파킨슨병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혈청 양성형과 음성형 류마티스관절염의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가 파킨슨병 발병 위험에 노출되는 원인을 찾기 위해 현장에서 주로 처방되는 약제 사용에 따른 차이도 살폈다. 기존 항류마티스제제를 쓴 환자들은 대조군보다 파킨슨병 위험이 71%로 높게 나타난 반면 생물학적 제제를 쓴 환자들은 대조군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김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에서 보일 수 있는 신경 염증이 파킨슨병 발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 군은 파킨슨병 위험이 높지 않게 나타난 만큼 이와 관련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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