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될까.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이슈를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양상이다. 물가 인상 등으로 이미 극한에 몰린 처지에서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지면 버틸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에 반해 노동계에서는 그간 임금이 올라도 물가가 더 올라 생활 수준이 떨어졌다고 평가한다. 즉 실질임금이 줄어 최저임금 인상도 불가피하다며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1만 2000원을 주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최근 최저임금위원회가 1차 전원회의를 열고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당초 지난달 18일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2주 미뤄졌다.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이뤄지는 최저임금위는 오는 25일 제2차 전원회의를 열 예정이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 가장 주목되는 것은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어설지 여부다. 올해 최저임금 9620원 수준에서 약 4% 더 오르면 1만 원을 돌파하게 된다.
당장 자영업자들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이 나서서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기료, 가스비, 대출 이자 등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최저임금까지 더 인상되면 소상공인들은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선 직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어 근로자도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한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은 지난 2017년 6470원에서 2023년 9620원으로 수직 상승했지만 코로나 이후 영업이익은 43.1% 줄었다”며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감안해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하며 고용 기금 등을 통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반대되는 의견도 많다. 노동계에서는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임금이 줄었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비혼 단신근로자의 월 평균 실태생계비는 241만 1320원으로 전년(220만 5432원)보다 9.3% 증가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1만2000원, 월급 250만 8000원에 근접한 수치다. 이 조사는 최저임금위가 한국통계학회에 맡긴 연구 용역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중요 자료 중 하나다. 비혼 단신근로자 2562명을 조사 대상으로 했다.
최저임금이 올랐음에도 소득 증가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아르바이트 일자리 포털 ‘알바천국’이 올해 초 알바생 6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76.2%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도 소득 증가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그 이유로 ‘물가, 공공요금 등 인상으로 대폭 늘어난 지출’이 77.7%(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지출 부담을 느끼는 알바생 10명 중 9명(93.9%)은 별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 했다. ‘추가 아르바이트 구직’을 통해 소득을 늘리겠다는 답변이 41.3%로 1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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