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집권 여당인 우파 신민주주의당(ND)이 21일(현지 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제1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에 20%포인트 넘는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단독 집권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고 신민당이 연립정권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힘에 따라 7월 초 2차 총선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95% 이상 개표된 상황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현 총리가 이끄는 신민당이 약 40.8%의 득표율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가 당수인 시리자는 신민당과의 득표율 격차가 20%포인트 넘게 벌어진 20.1%에 그쳤다. 신민당의 득표율은 최근 40여 년간 치러졌던 총선 득표율 중 최고 수준으로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신민당과 시리자 간 득표율 차가 6~7%포인트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예상을 넘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선거 결과에 대해 “경험 있는 지휘관의 손을 요구하는 ‘정치적 지진’”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그리스 총선 결과는 10여 년 전 국가 부도 사태를 겪었던 국민들이 미초타키스 총리에게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현 중도 우파 정부 하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할지 모른다는 우려로 동요가 일었지만 그리스 국민들은 안정을 위해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생활비 위기에 대한 불안감 등 경제 문제가 지배한 선거”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초타키스 총리 집권 기간인 2021년과 2022년 그리스는 연이어 8.4%, 5.9%의 견조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투자등급 재진입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지난해 도청 스캔들과 올 2월 57명의 목숨을 앗아간 열차 정면 충돌 참사는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민당 홀로 과반에 이르지는 못해 단독 정부 구성은 어렵다. 그리스 내무부는 신민당이 과반 의석(151석)에서 6석 부족한 145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신민당은 22일부터 사흘간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거나 이를 포기하고 7월 초 2차 총선을 선택할 수 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그리스는 개혁을 믿는 정부가 필요하며 이는 취약한 정부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2020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제1당이 득표율에 따라 최소 20석에서 최대 50석의 보너스 의석을 챙길 수 있는 2차 총선을 통해 단독 집권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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