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논의 25일 만에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특별법 지원 대상은 보증금 기준 종전 4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고, 최우선변제금을 못받은 피해자에 대해서는 현재 기준 최우선변제금 만큼의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들은 공공이 채권을 매입해 피해자에 보증금을 지원하는 ‘선 구제·후 회수’ 방식에서 후퇴했다며 반발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2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정부 수정안 및 여야 논의에 따른 조정안을 반영한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의결했다.
우선 선순위 근저당이 있거나, 갱신 계약으로 인해 최우선변제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경·공매 완료 시점의 최우선변제금 수준(올 2월 기준 서울 5500만원, 과밀억제 4800만원)을 최장 10년 간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 이 경우 소득·자산 요건을 고려하지 않는다.
최우선변제금은 현재 ‘근저당권 설정일’을 기준으로 변제금액이 정해지지만, 이날 소위에서는 정부의 대출 지원은 ‘현시점’의 최우선변제금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인천 미추홀구 피해자의 경우 근저당 설정 시점의 최우선변제금 2700만원이 아닌 4800만원까지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최우선변제금을 못받는 피해자가 새 전셋집을 얻기 위해 1억5000만원의 대출을 받는다면 4800만원까지는 무이자로, 나머지 1억200만원은 연 2% 이하의 저리로 10년간 빌릴 수 있다.
국토위는 또 특별법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의 범위를 최대 4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했다. 당초 정부는 보증금 범위를 3억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한차례 상향했으나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자 5억원으로 올렸다.
또 피해자 대부분이 생계에 종사 중이며, 경·공매 절차가 복잡해 스스로 수행하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여 경·공매 대행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피해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신청하면 HUG에서 법무사 등 전문가와 연계하여 경공매 절차를 대행하고, 그 수수료도 70%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 정부가 기존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으로 발표한 ‘피해자에 경·공매 우선매수권 부여’, ‘피해자가 원하면 한국주택도시공사(LH)에 우선매수권 양도’, ‘조세채권 안분’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날 의결된 수정안은 국토위 전체회의, 법사위를 거쳐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심의될 예정이며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공포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심사를 위한 전세피해지원위원회 구성, 조세채권안분은 공포 1개월 후 시행령 제정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보증금의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을 길이 막혔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세금의 20%가량에 불과한 최우선변제금만이라도 선(先) 보전해달라는 게 마지막 양보안 이었는데 무이자나 저리 대출은 피해 구제책이 절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피해자들은 최우선 변제금이라도 돌려받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인데, 이미 전세자금 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최우선 변제금 만큼의) 무이자 대출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5억원으로 상한을 정한 특별법 적용 보증금 기준도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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