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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이 너무 높으세요" 원격 상담으로 어르신 건강 돌본다

◆라이프시맨틱스 '방문요양 프로젝트'

거동 힘든 지역 취약층 노인 대상

전담 간호사가 건강관리 서비스

"의료 사각지대 놓인 환자들 위해

디지털헬스 분야 규제 개선 시급"

공무원연금공단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은 당뇨병 환자(오른쪽)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콜'을 통해 파주병원 간호사와 혈당조절에 관한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라이프시맨틱스




“어르신, 어제 저녁 드시고 2시간 있다 재신 혈당이 258mg/dL 맞으세요? 식사 전에 인슐린도 처방 받으신대로 36단위 맞으신거죠? 너무 높은데요” “네, 밥 생각이 없어서 한 끼만 먹었는데도 그렇네요.”

지난 18일 오전 10시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지하 1층에 마련된 상담실. 만성질환사업 전담간호사 황모씨가 노트북 화면을 통해 연결된 김선자씨(72·가명)의 이틀치 혈당을 살폈다. 파주병원에서 버스로 30분 남짓 떨어진 지역에 혼자 사는 김 할머니는 라이프시맨틱스(347700)와 공무원연금공단이 의료취약 계층을 위해 기획한 방문요양 프로젝트에 참여한 첫 환자다. 올 초 내분비내과에서 ‘먹는 약으로 부족해 인슐린을 하루 2~3번씩 자사 주사하면서도 혈당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며 공공사업과에 특별 관리를 요청했다. 진료 후 상담실에 방문하질 않고 전화 연결도 어려웠는데 이달 초 황 간호사와 처음 만나 관리를 받고 있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바람직한 혈당 조절 목표는 공복혈당 기준 80~130㎎/dL, 식후 2시간 혈당 기준 80~130㎎/dL다. 약물치료와 함께 식이요법, 운동 등을 병행해 혈당을 조절 목표 범위까지 떨어뜨리지 않으면 심장마비, 뇌졸중, 신부전, 망막증, 신경 합병증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홀로 거주하는 고령 환자들은 두 달에 한번 꼴로 약을 처방받으러 올 때를 제외하면 일상에서 생활습관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의료원 파주병원 상담간호사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콜’을 통해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조절을 위한 식이요법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사진 제공=라이프시맨틱스


이번 프로젝트도 코로나19 이후 대두된 지역사회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진료실 밖 일상생활 속 건강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나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자주 내원하기 힘든 어르신이 주요 대상이다. 라이프시맨틱스가 비대면 진료 및 상담 플랫폼 ‘닥터콜’ 교육과 운영 지원을 맡고 공무원연금공단은 프로젝트에 투입될 자원봉사자 모집을 총괄한다. 봉사자들이 스마트폰 사용에 미숙한 어르신들의 가정을 방문해 원활한 비대면 진료 상담을 돕기 위해서다. 파주병원은 만성질환 환자에게 주 1~2회가량 간호사의 원격 상담을 병행하며 보다 밀도높은 건강관리와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어르신, 입맛 없다고 식사 거르시면 안돼요. 혈당 수치를 보니까 밥은 안 드시고 간식을 많이 드신 모양인데요?” 황씨는 보건소 방문간호사와 파주병원 상담간호사로 14년째 만성질환 환자들을 관리하고 있는 베테랑 답게 노트북 옆에 놓여있던 200mL짜리 우유팩을 들어보이며 “경로당 갈 때 하나씩 챙겨가시라”고 권했다. 다음 약속을 잡고 상담을 마치기 전 “우유나 계란, 감자 같은 단백질을 곁들이면 식후 혈당이 천천히 올라가고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체중감량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김 할머니는 “스마트폰으로 상담을 받는다길래 걱정했는데 봉사자 분들 덕분에 잘 마쳤다”며 “익숙한 분과 화면으로 만나 편안한 상태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 오늘 배운대로 식사에 좀더 신경써야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이번 프로젝트를 보완해 향후 참여 의료기관을 늘리고 공무원연금공단 전체 지부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김호중 라이프시맨틱스 닥터콜사업파트장은 “디지털헬스 기술은 퇴원 환자, 고령층, 만성질환자의 효율적인 건강관리를 도울 수 있다”며 “제한된 의료 인프라로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디지털 헬스 분야 규제개선과 제도화가 하루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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