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103세 어머니를 살뜰하게 돌봤던 60대 여성이 뇌사상태에 빠진 뒤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2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길금자 씨(67)가 지난 11일 인하대병원에서 신장(콩팥)과 간장, 좌우 안구를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숨졌다.
길 씨는 지난달 23일 교회에서 밖으로 나가려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마침 이튿날인 4월 24일이 길 씨의 생일이었기에 함께 축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던 가족들은 생일날 병상 위에 누워있는 길 씨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길 씨는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평소 나눔 실천에 앞장서고 '죽으면 흙으로 가는데 마지막 떠나는 길에 기증을 통해 다른 이를 살리고 싶다'던 길 씨의 뜻을 따르기 위해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길 씨가 13년 전 아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뒤 늘 그리워했기에 하늘나라에서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는 소망도 밝혔다.
길 씨는 충남 금산에서 4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를 도와 동생 5명을 챙기며, 어려운 가정을 함께 꾸렸던 효녀였다. 홀로 자식을 키우며 고생하신 103세 어머니가 치매 증세를 보이자 집으로 모셔 와 쓰러지기 직전까지도 알뜰살뜰하게 챙기며 봉양했다. 그에 앞서 동네에 거주하던 친척이 심장이식을 받고 거동이 불편해지자 15년 넘게 식사와 집안일을 돌봐주었다.
길 씨의 선행은 젊은 시절부터 이어졌다. 겨울 연탄을 갈다가 연탄불 위 뜨거운 물에 얼굴부터 몸 전체가 3도 화상을 입는 바람에 인공관절을 했던 그녀는 거동이 쉽지 않은 몸에도 남들을 위한 나눔과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반찬을 만들어서 나누고, 홀로 사시는 노인 분들에 김장해 드리며 본인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늘 따뜻한 나눔을 실천해 많은 이들에게 먹먹함을 안겨주었다.
딸 이주하 씨는 “엄마, 이 세상에 낳아줘서 고마워. 엄마 딸로 47년을 살 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했어. 하늘나라에서 늘 보고 싶어 하던 남동생 만나서 행복한 시간 가져. 할머니 잘 챙겨줘서 고맙고,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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