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4·7호선 노원역과 인접해 있어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16개 단지 중 알짜로 꼽혀 온 상계주공3단지가 재건축의 첫 관문인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1980년대 택지 개발을 통해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진 노원구 상계동 일대는 모든 단지가 재건축 연한(준공 30년 이상)을 넘긴 데 더해 올 초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까지 완화하며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31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상계주공3단지는 전날 노원구청으로부터 정밀안전진단 결과 재건축 확정 등급인 ‘E등급’을 통보받았다.
1987년 준공한 이 단지는 서울 지하철 노원역 역세권에 위치한 2213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당초 2021년 3월 예비안전진단 통과 후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안전진단 문턱이 높아지며 관련 절차를 보류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고 현 정부의 완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받아 재건축 확정 등급을 받았다.
정부가 올해 초 정밀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며 노원구에서는 ‘재건축 확정’ 통과 단지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2월 노원구는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았던 상계미도·하계장미아파트에 대해 적정성 검토 불필요 결정을 통지했다. 5월 상계주공3도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올 들어 상계·하계·월계동 등에서 총 8개 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했다.
이외에도 성산시영에 이어 강북권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월계시영(미성·미륭·삼호3차 등 3930가구)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또 구청은 최근 중계동 중계그린(3481가구)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에도 착수한 상태다. 공릉동 태릉우성(432가구), 하계동 현대우성(1320가구)도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외에 노원구에서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상계·중계·하계동이 걸쳐 총 30개에 이른다.
노원구 일대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나며 아파트 값도 상승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2646가구)’ 전용 58㎡(14층)는 4월 6억 8700만 원에 중개 거래됐다. 올해 초 같은 평수가 5억 3500만 원(15층)에 손바뀜됐던 것과 대비해 1억 5000만원가량 오른 것이다. 중계동 ‘중계주공8단지(696가구)’ 전용 49㎡도 5월 5억 5000만 원(11층)에 거래돼 동일 면적의 1월 실거래가였던 4억 8000만 원(4층)과 비교해 넉 달 만에 7000만 원가량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 값은 4주 연속 상승하다 지난주(0.07%→0.00%) 보합세로 전환됐다.
시장에 따르면 3월 말 6억 3000만 원에 실거래된 상계주공3단지아파트(24평)는 현재 호가가 6억 9000만 원까지 나온 상태다. 23일 4억 3500만 원에 매매된 상계주공4단지아파트(17평)도 4억 4000만 원에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노원역 인근의 한 중개업소의 관계자는 “급매가 소진되고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추세”라며 “한때 3년 전 가격까지 내려앉는 등 저평가가 심했으나 재건축 소식 같은 좋은 뉴스가 전해지면서 매매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원 일대 택지개발지구는 1980년대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지정돼 조성됐다. 당시 상계 택지(363만 3453㎡)에 공급된 상계주공아파트 등 21개 단지(3만 3645가구)는 모두 재건축 연한을 넘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3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의 정비 기준 제시 등 통합적인 공간 구상 마련이 필요하다”며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추진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은 2024년 1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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