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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발사에 '예고된 실패'…추진체·위성 인양땐 '노다지 정보' 캔다

[北 정찰위성 발사 실패]'만리경-1호' 서해 추락

김정은 '준비된 시기에 발사' 채근

기술적 완성도 확인도 않고 강행

위성 사출 못하고 1단 분리후 추락

北도 발사 150여분만에 실패 인정

잔해 낙하지점 해역수심 70m 불과

軍 대대적 수색…추가 인양 가능성

우리 군이 31일 서해 공해상에서 북한 정찰위성 발사체 ‘천리마-1호’의 잔해를 인양하고 있다. 사진 제공=합참




인양한 발사체 잔해 내부 모습. 1단과 2단 연결 덮개 또는 1단 추진제 연료·산화제 통으로 추정된다./사진제공=합참


북한이 2020년 1월 8차 당대회 이후 2년여 동안 야심 차게 준비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관건인 정찰위성의 해상도 성능 확인은 고사하고 위성 사출조차 못한 채 발사체 1단만 분리돼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완성도를 확인하지 않고 서둘러 발사하면서 빚어진 ‘예고된’ 실패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당초 국제사회에 통지한 대로라면 만리경-1호 위성을 탑재한 ‘천리마-1호’는 발사 직후 충남 대천항에서 서쪽으로 230~300㎞ 떨어진 서해 공해상에 1단 추진체, 제주 해군기지에서 서쪽으로 270~330여 ㎞ 떨어진 서남해 공해상에 페어링(위성 보호 덮개)을 각각 떨어뜨린 뒤 필리핀 루손섬 동쪽으로 약 700~1000㎞ 떨어진 해상까지 날아가 2단 추진체를 낙하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해 군산 어청도 서쪽 260여 ㎞ 해상에 추락했다. 당초 예상된 비행 거리의 20~30%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북한도 발사 후 2시간 30여 분 만에 관영 매체를 통해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북한중앙통신은 “천리마-1형에 도입된 신형 발동기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 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보도했다. 천리마-1로 명명한 발사체의 신형 엔진과 연료에 결함이 있다고 시인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2단체를 중국 방향으로 트는 ‘퀵턴’을 하다 엔진이 오작동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분리된 추진체를 인양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우주발사체는 기본 원리가 같지만 기술적으로 다른 측면이 있어 엔진 등을 보완해야 한다”며 “북한이 지난해 말 4월 중 발사 준비를 끝내겠다고 했지만 시간적으로 다소 부족한데도 기존 ICBM 기술을 토대로 서둘러 발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정찰위성을 ‘계획된 시일 내 발사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특히 7월 27일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이는 해)을 맞는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이전에 ‘위성 발사 성공’을 통해 내부 결속력과 김정은 체계의 우월성을 과시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조기 발사 조바심에는 우리나라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로켓과 위성 발사에 성공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달 25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가 이뤄지고 나흘 뒤 위성 발사 시기(5월 31일~6월 11일)를 공식 발표했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위성을 공개하고 “준비된 시기에 발사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의 기술적 결함에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핵심 부품과 시험 및 시뮬레이션 장비 도입이 어려운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상업위성 데이터 회사인 ‘플래닛랩스’의 윌 마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위성 기술은 대단히 복잡한데 북한이 고도화된 기술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고 북한이 부품을 얻는 방법도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 발사체와 위성의 잔해 수거 여부다. 북한 미사일과 위성 기술 등 중요한 군사정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낙하 예상 지점에 미리 대기한 우리 함정이 일부 잔해를 곧바로 인양했지만 추가 잔해 인양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북한 발사체가 1단 분리 후 2단부터 엔진 고장으로 추락한 것이나 인양된 잔해가 온전한 상태인 것으로 미뤄보면 2단 추진체와 위성을 탑재한 3단이 통째로 바닷속에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발사체 엔진이나 위성을 건진다면 북한 미사일 체계와 위성 수준을 실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다지’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012년 12월 우리 군이 인양한 은하-3호 위성의 잔해. 연합뉴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실패와 관련해 무리하게 동쪽으로 경로를 변경하다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우리 군의 발사체 및 위성 잔해 수거를 막기 위해 수색 범위 밖으로 비행 방향을 변경하려는 목적으로 추정했다. 또 국정원은 전문가들의 진단과 동일하게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받아 준비 과정을 무리하게 단축하면서 조급하게 발사를 감행한 것을 하나의 원인으로 꼽았다. 북한이 발사 2시간 30여 분 만에 실패 사실과 원인을 신속하고 상세히 공개한 것은 발사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판단했다.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정보위 전체회의 이후 이 같은 내용과 함께 “동창리 발사장에서 1.3㎞ 떨어진 관람대 인근에서 차량 및 천막 등 관람시설이 식별됐다”며 “국정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에서 참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국정원 보고 내용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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