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12개국이 30일(현지 시간) 열린 정상회의를 계기로 역내 경제·사회·문화적 통합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 달러화에 필적하는 지역통화를 만들자고 제안하는 등 지역 통합을 적극 강조하며 국제 무대에서 남미의 독자적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볼리비아·콜롬비아·에콰도르·가이아나·파라과이·수리남·우루과이·베네수엘라 정상 등은 이날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시위대에 대한 무리한 진압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는 탓에 의회 허가 없이 출국할 수 없어 불참했다. 브라질 외교부는 이번 회의의 목표를 보건, 기후변화, 국방, 초국가적 범죄 퇴치, 인프라·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각국의 공통분모를 찾는 동시에 남미 협력 의제를 재활성화하는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개최국인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남미 전체의 통합과 합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어떤 나라도 다양한 위협에 홀로 맞설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함께 행동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 단합하지 않는 한 남미를 잠재력 있는 발전된 대륙으로 만들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달러화를 겨냥한 듯 “‘지역 외 통화’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지역공통화폐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브라질이 3월 대(對)중국 무역에서 위안화와 자국 통화인 헤알화를 쓰기로 하는 등 ‘탈달러’ 행보를 보이는 것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취임 전부터 강조했던 남미국가연합(UNASUR·우나수르) 재건을 위해 노력하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서방의 제재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외교무대 복귀를 두고 갈라진 의견이 더 눈에 띄었다. 각국 정상들은 대체로 마두로를 환영하는 기색이었으나 우파 성향의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저 내러티브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데 놀랐다”며 베네수엘라의 광범위한 반정부 인사 탄압과 인권유린을 경계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도 베네수엘라에 대한 룰라의 접근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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