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이어 연준의 주요 관계자들이 다시 한번 6월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의 고용시장과 인플레이션 개선 신호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연준 지도부는 개선 가능성과 경제 불확실성에 더욱 무게를 두면서 6월 동결 계획을 시장에 사전 고지하는 모양새다.
5월 31일(현지 시간) 연준 부의장으로 지명돼 상원의 인준을 기다리고 있는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는 이날 한 행사에서 “기준금리를 현행과 같이 유지한다고 해서 이미 지금 수준이 최종 금리라는 뜻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을 전제한 발언이다. 그는 또 “금리 인상을 건너뛰는 것(skipping)은 추가 긴축 강도를 결정하기 전에 더 많은 지표를 살펴볼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며 추후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퍼슨 이사가 연준 부의장 지명자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이라며 “부의장직은 일반적으로 FOMC에 앞서 연준 의장의 정책 구상을 실현하도록 도움을 주는 직책”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5월 19일 파월 의장은 “예전에 생각했던 것만큼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며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이후 4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전년 대비 4.7% 올라 전월(4.6%)보다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시장에서는 6월 금리 인상 전망이 우세해졌다. 이날 제퍼슨 이사의 발언에 대해 시장의 시각을 바꾸기 위한 취지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힘을 보탰다. 그는 “확실히 (인상을) 건너뛰는 쪽 진영에 있다”며 “추가 긴축이 필요하면 다른 회의에서 하면 된다. 회의마다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커 총재는 올해 통화정책 투표권을 가진 위원이다.
제퍼슨 이사와 하커 총재의 이날 발언에 선물 시장의 금리 전망도 뒤집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6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전날 66.6%에서 현재 39%로 떨어졌다.
연준은 5월 31일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고용이 증가했으나 이전 보고서보다는 그 속도가 느려졌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수요 약화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민간기업들이 고용을 동결하거나 인력 감원에 나섰다는 보고도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물가는 보통 수준으로 올랐으며 많은 지역에서 물가 인상 속도가 느려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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