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을 속여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정유정(23)의 범행 후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영상 속 정유정은 자신의 집에서 시신을 담기 위해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끌며 걸어가는 모습인데, 마치 여행을 가는 듯 가벼운 발걸음이 충격을 주고 있다.
2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피해자 A씨를 살해하고 낙동강 변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은 살해 후 자신의 집에서 캐리어를 챙겨 A씨 집으로 돌아가 가방에 훼손한 시신 일부를 담았다.
검은색 치마를 입고 머리를 펄럭이며 보폭이 넓은 걸음을 성큼성큼 걷는 정유정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발걸음이 빠르고 당당하다", "발랄해 보일 지경", "두려움은커녕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해 보여 소름이 돋는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이와 관련, 손수호 변호사는 이날 전파를 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죄의식이나 공포심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 상황일지 모른다는 짐작이 들 정도"라고 상황을 짚었다.
캐리어를 끌고 A씨 집으로 다시 간 정유정은 시신을 훼손한 뒤 캐리어에 시신 일부를 담았다. 이후 정유정은 지난달 27일 오전 0시50분쯤 택시에 캐리어를 싣고 A씨 집에서 10㎞ 정도 떨어진 곳인 경남 양산 낙동강 인근 숲 속에 시신을 유기했다.
당시 정유정을 태운 택시기사가 새벽 시간에 여성이 캐리어를 끌고 풀숲으로 들어간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한편 과외 중개 앱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정유정은 지난달 24일 A씨와 처음 접촉했다. 그는 당시 부모 행세를 하며 "중3 딸을 보낼테니 과외를 해달라"고 했다.
정유정은 이틀 후인 지난달 26일 오후 5시40분쯤 중고로 산 교복을 입고 부산 금정구 소재 A씨 집을 찾아가 A씨를 만났고 흉기를 휘둘러 범행을 저질렀다.
정유정은 경찰에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당초 정유정은 '피해자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의 추궁과 가족의 설득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정은 이날 오전 검찰 송치 전 부산 동래경찰서 앞에서 '피해 여성을 살해한 이유가 무엇이냐', '피해 여성을 특정한 이유가 있느냐' 등 취재진의 물음에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어 '실종 사건으로 위장하려고 했던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죄송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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