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 할머니 이순자 씨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 전문을 공개했다.
SBS 유튜브 채널 ‘비디오머그’에는 지난 1일 전 씨와의 단독 인터뷰 영상이 올라왔다. 전 씨는 전두환 일가가 보는 5.18과 공개 사과 이후 가족들의 반응을 전했다.
전 씨는 할머니에 대해 “굉장히 열렬하게 할아버지 입장을 대변해서 말씀하셨다”며 “혼돈의 시대였는데 그때 할아버지같이 강력한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런 발전된 한국에서 살 수 있는 거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씨는 할머니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 전문을 공개했다. 해당 메시지는 지난달 9일 MBC ‘PD 수첩’에서 짧게 요약된 상태로 공개되기도 했다.
메시지에서 이 씨는 “너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충격받아서 살아갈 의욕을 잃었다”며 “할머니 보러 여러 번 찾아왔는데도 만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네 기억의 출처는 모두 16년 전 우리 집을 떠난 너의 어머니 것으로부터 온 것인 듯하니 한 번 물어봐라”며 “핏덩이인 너를 낳자마자 옥바라지 중인 나에게 맡겨놓고 일본으로 쫓아간 사람이 누구였냐고. 낮에는 자고 밤마다 울어대는 너를 업고 밤새도록 업어 키운 사람이 누구였냐고, 아무리 말세라 해도 이럴 수는 없는 법”이라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이 씨는 “내가 비상시에 쓰려고 모아뒀던 금붙이·은붙이 모두 팔아서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는 명문대학 졸업시켜놨더니 마약에 손을 대고 해롱대는 것도 모자라 할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해?”라고 전 씨를 향한 분노를 표했다. 이어 “할아버지께서 하신 일에 대해서는 본인이 무한 책임을 진다고 하셨으니 본인이 책임지도록 해드리고, 5·18 때 태어나지도 않은 너는 주제넘게 아무 데나 나서지 말고 자신에게 떨어진 일이나 잘 처리하도록 해라”라고 덧붙였다.
전 씨는 ‘최근에 할머니랑 소통한 적은? 언제가 마지막이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소통다운 소통을 한 적은 없다”며 “(할머니가) 형과 저를 초대한 그룹 채팅방에서 전화를 거셨다. 근데 두려움 때문에 전화가 오는데도 못 받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할머니도 정말 잘못된 거짓을 사실로 알고 있는 피해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할머니도 언젠가는 돌아가시기 전에 망월동 묘지든 구묘지든 지금 있는 피해자분들 다 찾아뵙고, 할머니가 이때까지 모르시던 새로운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희망해본다”고 밝혔다.
전 씨는 "저 혼자 위선자가 되고 싶지 않다"며 "가족들이 잘못했다고 저 혼자만 살겠다고 의로운 사람인 척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 씨는 인터뷰가 공개된 다음날 인 지난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도 출연해 전두환 일가에 대한 폭로를 이어갔다.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가 절연 선언을 한 것을 두고 “(큰아버지가) 가족으로서 불쾌했을 것이다. 그냥 담담히 받아들인다. 오히려 후련하다. 가족들이 태연히 살아가는 모습에는 진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에 대한 폭로도 이어갔다. 전 씨는 “한국에 돌아와 세무사 통해 내역을 받아보니 지금까지 내 이름으로 7개 회사가 있었다”면서 “그중 하나가 비엘에셋으로 제가 2000년부터 2016년도까지 주주로 등록돼 있었다. 2000년엔 제가 4살 때 였다, 올해 조회해 보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 목적이 부동산 매매·분양, 기업 인수 합병 등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또한 많은 비자금이 무기명 채권 형태로 남아 있었다”며 “법의 감시를 피해 투명성 없이 자금을 운용해온 것이다. 저와 같은 가족 명의를 이용해 그동안 비자금을 숨겨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자금 규모에 대해서는 “짐작이 안 될 정도”라면서 “할머니에, 손주들까지 있다. 제 경우 어머니가 이혼했음에도 저를 통해 비자금이 숨겨졌는데 다른 손주들은 어땠겠나? 2, 3세뿐만 아니라 처가 등 연관된 분들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