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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식민지때 만든 철도망 방치…충돌방지 시스템도 없었다

■인도 열차 참사 '275명' 사망

3중 충돌로 부상자도 1100여명

철로진입 신호 오류가 원인 지목

담당 직원 실수 가능성도 제기

모디 "사고 책임자 엄중히 처벌"

美·中·러 등 국제사회 애도 물결

열차 충돌 사고가 일어난 인도오디샤주 발라소레 지역에서 3일(현지 시간) 구조 대원들이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전날 발생한 사고로 최소 275명이 숨지고 11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AP연합뉴스




인도에서 열차 3대가 충돌하며 270여 명이 숨지고 1100여 명이 다치는 대규모 참사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사건의 원인으로 철로 진입 신호의 오작동이 지목되고 있으며 이에 여객열차가 주 선로가 아닌 화물 선로로 진입하면서 다른 열차들과 충돌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크고 복잡하지만 과거 영국의 식민지 시절 조성된 후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노후된 철도 시스템의 열악한 안전 환경이 결국 참극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현지 시간) 인도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전날 오후 인도 오디샤주의 주도 부바네스와르에서 170㎞가량 떨어진 발라소르 지역 바하나가바자르역 인근에서 여객열차 2대와 화물열차 1대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먼저 동북부 오디샤주에서 남부 첸나이를 향해 시속 130㎞로 달리던 여객열차 ‘코로만델익스프레스’가 멈춰 있던 화물열차와 1차 충돌했다. 이에 여객열차의 객차 대부분이 탈선하면서 인접 선로에 걸쳐 넘어졌다. 같은 시간 해당 선로를 이용해 서부 벵갈루루에서 동북부 하우라로 향하던 ‘슈퍼패스트익스프레스’의 뒷부분이 탈선한 객차와 부딪히면서 2차 충돌이 일어났다.



인도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최소 275명이 사망하고 1100여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여객열차 승객이 2300여 명에 달한 것을 고려하면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이는 1995년 뉴델리 인근에서 358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열차 충돌 사건 이후 인도에서 일어난 최악의 철도 사고다. 당국은 사고 현장에 구급차·소방차 등 지원 차량 200여 대와 구조대원 1200여 명을 투입한 끝에 구조 작업을 마무리했다. 다만 순드한슈 사란기 오디샤주 소방국장은 “부상자 중 중상자가 많아 희생자 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국의 예비 조사 결과 ‘열차 3중 충돌 참사’의 원인으로는 철로 진입 관련 신호 오류가 지목됐다. 여객열차인 코로만델익스프레스는 상행 본선으로 달려야 했지만 신호 오류로 상행 순환선에 진입하면서 정지돼 있던 화물열차와 충돌했다는 것이다. 당시 코로만델익스프레스에 본선을 통과하라는 신호가 켜졌다가 곧바로 해제돼 직원의 실수 때문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사건 현장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슬픔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피해자들에게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이어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이들을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슈위니 바이슈나우 인도 철도부 장관 역시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고위급 조사 위원회를 꾸렸다”고 밝혔다.



이번 참사로 세계 4위 규모의 철도망을 갖췄지만 노후화로 잦은 사고를 일으켜온 인도의 철도 안전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인도 철도 노선의 98%는 영국 식민지 시절인 1870~1930년에 건설됐다. 구식 신호 장비와 노후한 차량, 안전 관리 부실로 인도에서는 크고 작은 열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6년 우타르프라데시주와 2018년 펀자브주에서 열차 탈선으로 각각 150여 명, 60여 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월에도 서벵골주에서 열차가 또 한 번 탈선하며 9명이 숨졌다.

로이터통신은 “노후한 철도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모디 정부는 올해만 선로 개선과 신규 열차 도입 등에 2조 4000억 루피(약 38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철도 현대화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곳곳에 산재한 위험 요소를 없애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참사가 일어난 노선의 경우에도 인도에서 가장 노후화됐지만 국내 석탄·석유 운송에 활용돼 제일 붐비는 구간 중 하나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인도 정부가 전국에 구축 중인 열차 충돌 방지 시스템 ‘카바치’가 사고 노선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인도에서 일어난 참극에 국제사회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드라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과 모디 총리에게 각각 보낸 위로전에서 “중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희생자들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러시아는 참사로 가족을 잃은 이들과 슬픔을 함께한다”고 밝혔다. 이어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지금 우리의 마음은 인도 국민들과 함께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도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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