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일본 문화콘텐츠도 한국 시장에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통적인 강자였던 일본 애니메이션이 최고 성과를 거둔 데 이어 영화·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 문화콘텐츠의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극장가에서 애니메이션을 필두로 한 일본 영화의 영향력은 두드러졌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2023년 4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일본 영화의 총 매출액은 1133억 원, 관객 수도 1085만 명을 기록하며 전국 기준 집계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역대 최고 매출액과 관객 수를 달성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이 550만 명이 넘는 관객수를 기록했고,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관객수 460만 명이 넘는 흥행을 이뤘다. 두 영화가 ‘쌍끌이’ 흥행하면서 일본 영화가 장기간 박스오피스 상위를 차지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한국어 더빙판으로도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4일 기준 역대 박스오피스 공식 통계 기준 국내 개봉작 흥행 100위 안에 진입했다. 일본 영화가 역대 박스오피스 흥행 100위 안에 진출한 것은 ‘스즈메의 문단속’이 최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에 삽입된 OST의 인기는 흥행 주역으로 손꼽힌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OST도 높은 호응으로 원곡자의 내한 공연을 이끌어냈다. 엔딩 OST ‘제 제로감’을 부른 일본 록밴드 텐 피트는 다음달 15일 첫 단독 내한 공연을 올린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호조에 힘입어 여러 편의 일본 영화 개봉도 예정돼 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남은 인생 10년’에 이어 이달 ‘이윽고 바다에 닿다’·‘너의 눈을 들여다보면’·‘극장판 극주부도’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로 뜸해졌던 일본 영화 배우들의 내한도 덩달아 늘어났다. 최근 영화 ‘남은 인생 10년’의 두 주연 배우 사카구치 겐타로와 고마츠 나나가 홍보차 한국을 찾았고,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에서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기시이 유키노도 7일 한국을 방문한다.
국내 OTT에서도 일본 콘텐츠의 인기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OTT 업체 웨이브는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시청량이 증가했다”면서 “영화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 등은 론칭 직후 영화 카테고리 10위권 내에 들었다”고 밝혔다. 일본 콘텐츠의 수요가 늘면서 독점 계약을 맺는 경우도 생겼다. 웨이브는 ‘엘피스’·‘아마짱’ 등 일본 드라마에 대해 선독점 계약 및 수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5일 기준 국내 OTT 업체 티빙에서도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이 ‘톱 20 프로그램’ 10위에 올랐다. 이날 티빙 실시간 인기 검색어 1위 또한 같은 작품이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 콘텐츠의 인기 이유가 문화의 연쇄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하나의 콘텐츠가 성공하면 인근 콘텐츠도 같이 주목을 받는 방식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는데, 일본 콘텐츠들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면서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개인 취향에 맞춰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소비해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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