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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10년 당겼다…아마존 홀린 한국계 스타트업 ‘아모지’[스케일업 리포트]

■ '아모지' 창업자 우성훈 CEO

MIT출신 한국인 박사 4명 투합

암모니아 분해장치 소형화 성공

비싼 수소 운송 대체 가능성 제시

SK이노·고려아연 등 투자 나서

다음 도전은 1㎿ 규모 수소선박

"세계 탄소배출 10% 절감 목표"

우성훈 아모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네이비야드에서 자체 개발한 암모니아 연료 수소트럭을 소개하고 있다. 뉴욕=김흥록특파원




미국 뉴욕 맨해튼의 남동 쪽의 브루클린대교를 건너면 낡은 공장 부지 같은 모습의 네이비야드(Navy yard)가 나온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해군 조선소였던 이곳은 현재 뉴욕 내 제조 분야 스타트업의 거점으로 불리는 곳이다. 현재 50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한 이곳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사용하는 기업은 MIT 출신 한국인 박사 네 명이 창업한 암모니아 분해 기술 업체 ‘아모지(AMOGY)’다.

6일(현지 시간) 찾은 네이비야드의 낡고 커다란 건물 사이로 아모지의 영문 사명을 새긴 대형 트럭이 서 있었다. 아모지가 일반 디젤 트럭을 개조해 만든 수소 전기 트럭이다. 수소 트럭이지만 연료는 암모니아다. 차량에 설치한 분해 장치(크래커)가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뽑아내고, 이 수소를 연료 전지에 전달해 트럭이 구동하는 원리다.

창업자인 우성훈 아모지 최고경영자(CEO)는 “시중에 나와있는 동급의 전기 트럭과 마찬가지로 500마일(800㎞)을 달릴 수 있다”며 “대신 충전 시간은 30분에 80%를 채우는 시중 전기 트럭과 달리 7분이면 완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아모지가 이 트럭을 만든 이유는 차량을 상용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암모니아 분해 기술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암모니아를 싣고 다니는 것 만으로 수소 에너지를 실생활이나 산업계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용도다. 지난 1월 트럭을 통해 이를 실증한 후 아모지에는 올 들어 1억5000만 달러(198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과 SK이노베이션, 고려아연,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등이 주요 투자자다.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수소경제 생태계의 오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수소는 무한한 공급이 가능한 청정 에너지이지만 대륙 간 운송이나 저장 비용이 비싸다. 기체 상태로 운송을 하면 밀도가 낮아 경제성이 낮고 밀도가 높은 액화 수소로 만들려면 온도를 영하 250도 밑으로 내려야 해 초저온·초고압 설비가 필요하다. 육로 운송 역시 지하 파이프 라인을 구축하는 방안이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꼽힐 정도다.

이에 업계가 주목한 매개체가 암모니아다. 암모니아는 수소와 질소가 결합한 구조로 영하 33도에서 액체 상태다. 일반 냉동 선박으로 운송할 수 있어 추가 인프라 투자가 불필요하다. 만약 수소 대신 암모니아를 운송하고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수소를 뽑아쓸 수 있다면 생태계 전체의 경제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우 대표는 “캘리포니아에서 수소 판매가격은 킬로그램(㎏)당 20달러로 이중 생산 원가는 3~4달러인데 유통비용이 16~17달러다”라며 “암모니아로 운송하고 저장할 경우 판매가를 ㎏당 10달러 아래로 낮출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모지가 보유한 기술의 핵심은 암모니아 분해 장치의 소형화다. 우 대표는 “암모니아가 수소 운송 매개체에 적합하다는 점은 이미 산업계에서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암모니아 분해는 공장과 같은 대형 설비를 갖춘 곳에서만 가능했다”며 “수소를 추출할 때 필요한 800~900도의 고온을 내려면 열교환기나 가스 공급기 등 여러 시설을 동시에 설치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모지는 자체 개발한 촉매로 필요한 온도를 500도로 낮추고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해 설비 크기를 최대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아모지 트럭에 설치된 크래킹 장치를 보니 일반 성인 남성의 다리 하나 정도 규모 원통이 여러 개 연결된 크기였다. 우 대표는 “이를 통해 수소 생태계의 전체 비용을 50~60% 낮춰 수소경제의 도래 시기를 5~10년 가량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창업자의 다양한 이력이 개발에 도움이 됐다. 우 대표는 반도체를 전공했으며, 나머지 세 명의 창업자들은 화학, 기계 공학 등을 공부했다. 다만 창업 초기에는 분해 설비를 싣고 다니며 곧바로 수소를 뽑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예비 투자자들도 믿지 못했다고 한다. 아모지가 그동안 실증에 주력했던 이유다. 창업자들은 초기 투자금으로 5㎾ 용량의 시중 드론을 개조해 암모니아 구동을 시연했다. 이 때 초기 투자에 나선 곳이 아마존이다. 이 자금으로 다시 100㎾급 트랙터, 300㎾ 트럭으로 실증 규모를 키웠다.

아모지의 다음 도전은 1㎿ 규모 선박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선박용 시스템부터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우 대표는 “자동차는 이미 전기차 배터리로 탈탄소가 가능한 분야지만 선박은 온실가스 저감 대안이 마땅치 않았던 분야”라며 “컨테이너선 만한 배터리를 실어도 그 배는 태평양은 물론 대서양도 건널 수 없다”고 말했다. 아모지의 시스템을 적용한다면 선박 분야서도 탄소 감축 규제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우 대표는 “내년에 해안 작업 선박용 시스템을 상용화한 뒤 3~4년 뒤에는 암모니아를 연료로 대양을 항해하는 선박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선박의 절반 이상이 암모니아 연료를 통해 탄소를 줄이는 새로운 해상 운송 시대를 그려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암모니아를 이용한 발전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리포트에 따르면 분야별 청정에너지 솔루션 시장은 선박용이 연 2050억 달러(270조6000억원) 규모인 반면 발전 분야는 8300억 달러(1095조6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업계의 관심이 커지면서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가 이미 아모지의 상장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두 증권시장 운영업체는 지난 5월 맨하튼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아모지의 투자유치 소식을 광고하기도 했다. 우 대표는 성장 로드맵와 관련 “현재로서는 상장보다는 온실가스 저감에 집중하고 있다”이라며 “아모지의 기술로 선박, 발전 분야로 진출해 세계 탄소 배출을 10%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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