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 범죄 등 이 세상의 온갖 무서운 존재들과 싸우는 멋진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긴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 섬'은 지난달 30일 공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각 직업의 명예를 걸고 나온 만큼 극한의 생존 상황에서도 투철한 직업 정신을 통해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이들의 모습은 시즌 2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프로그램 후반부에 등장한 소방·운동 팀 연합의 인기는 출연진들 중에서도 가히 압도적이었다. 역량도 역량이었지만 그들이 프로그램 내에서 보여준 마음가짐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자신이 활약하고 있는 직업군에 걸맞은 정신으로 무장한 그들은 끝까지 멋있는 경기를 보여줬다.
◆ 온갖 무서운 존재들과 싸우는 여성들의 이야기
화염과 싸우며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 팀은 리더 김현아를 필두로 멤버 모두가 화제에 올랐다. 특히 불을 피우고 지키는 미션을 했던 정민선은 소방관으로서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호스를 컨트롤하고 팀의 불씨를 지키는 등 체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매 경기에 자신과 싸우며 한계를 뛰어넘는 운동 팀은 리더이자 유도 선수인 김성연의 어마어마한 체력을, 카바디 선수인 김희정은 순발력과 지구력을, 클라이밍 선수 김민선은 클라이밍 기술을, 씨름 선수 김은별은 다부진 악력으로 다양한 미션을 헤쳐나갔다.
◆ '멋' 없는 군인 팀이 자아내는 아쉬움...'소화기 투척'부터 '깃발 생떼'까지
프로그램 전반에 있어서 아쉬운 점도 있다면 바로 군인 팀의 마음가짐이었다. 군인 팀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점은 바로 '선'에 있었을 것이다. 누구나 승부욕은 있는 법, 하지만 자신의 기지를 지키기 위해 선을 넘는 행위를 반복하는 그들의 부르짖던 군인 정신에 걸맞지 않았다.
기지전을 하던 중 강은미는 방어를 위해 소화기를 뿌렸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팀을 향해 소화기를 던지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출연자 중 한 명이라도 쇠로 된 소화기에 맞았다면 유혈 사태가 일어나고 방송이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는 서바이벌 예능의 특성상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했었던 제작진 또한 경각심이 부족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불어 이현선은 자신의 깃발이 먼저 뽑혔음에도 불구하고 상대팀의 깃발을 자신이 먼저 뽑았다고 주장하며 결국 기지전 중단 사태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결국 카메라 판독 끝에 이현선의 깃발이 상대팀에게 먼저 뽑힌 사실이 확인됐고 위기에 몰린 군인 팀은 페널티를 안았지만 다시금 기지전을 시작하는 기회를 얻었다. 마치 '피지컬: 100' 결승전 재경기 논란을 보는 듯한 데자뷔와도 같았다.
이러한 장면들은 소위 '악마의 편집'이라고 부르게 되는 연출자의 편집 의도라고 포장하기는 힘들어 보일 정도로 자업자득의 결과였다. 미션에 임할 때마다 서로에게 '멋있다'고 치켜세우던 그들이었지만 사이렌이 울리는 순간만큼은 '멋'이 없었던 것뿐이다.
◆ 끝까지 멋있었다...소방·운동 연합이 공동 1등이 되어야 하는 이유
이렇게 군인 팀의 악의적인 행위에 속이 상할 만한 상황 속에서도 소방 팀 리더 김현아가 "군인들은 허술하지 않다"며 상대팀의 직업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이렌: 불의 섬'의 의도는 상대팀을 헐뜯고 심리적으로 배신하는 방식으로 이기길 원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었기에 이 모습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취지였을 것이다. 소방 팀과 운동 팀의 마지막 기지전처럼, 상대방의 역량을 폄하하지 않으며 맞붙기 직전까지 정정당당한 돌격을 선언하는 모습이야말로 '사이렌: 불의 섬'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였다.
소방·운동 연합이 1등이 되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단지 '두 팀 모두 열심히 했고 멋있다'가 아니다. 두 팀은 '각자 지닌 직업의 명예를 걸고 나온 여성들이 멋있고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이기는 것'이라는, 이 프로그램의 목표이자 지향점에 가장 부합하는 팀들이었다. 시청자들이 두 팀을 동시에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여성들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 두 팀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내는 이유, 그것만으로도 이미 소방·운동 연합은 공동 1등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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