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은 문화체육관광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일상에서 쉬운 우리말 쓰기를 확대하는 ‘쉬운 우리말로 경제 읽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생활 경제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을 높이고 공공 언어 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지난해 12월 방영된 SBS 인기 예능인 ‘런닝맨’의 한 장면. 레이스 중에 송지효가 근처 카페에 마실거리를 사러 간 사이 지석진과 김종국이 대화를 한다. 지석진이 “예전에 송지효에게 ‘너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가 봤니’라고 물으니까 못 알아 듣고 ‘드라이 부스(dry booth)?’라고 하더라”며 웃는다. 제작진이 만든 화면 자막에는 ‘드라이브스루면 담지효에게 최신 과학기술’이라고 씌어 있다.
‘드라이브스루’는 자동차에 탄 채 매장을 지나가며 물건을 살 수 있는 방식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더 줄여 ‘DT’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드라이브스루’는 국립국어원이 ‘승차 구매’라는 쉬운 우리말로 순화해야 한다고 밝힌 대표적인 용어다. 2014년 순화어가 제시됐으니 이미 10년이 지났다.
카페가 일상의 중요한 시설로 정착하는 가운데 여전히 외국어는 넘쳐 나고 있다. 주문 시 ‘테이크아웃’ ‘오더’ ‘리필’ 등의 외국어가 빈번하게 사용된다. 테이크아웃은 ‘포장’이나 ‘포장 구매’ 등 쉬운 우리말로 충분히 바꿔 쓸 수 있다.
또 ‘텀블러’는 ‘통컵’으로, ‘샷 추가’는 ‘조금 진하게’ 등으로 각각 바꾸면 훨씬 부드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자연환경을 보호한다면서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는 ‘리유저블컵’이 나왔는데 대신 우리말 환경은 파괴되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다회용컵’으로 순화해서 쓰기를 권고한다. ‘키오스크’는 ‘무인단말기’나 ‘무인주문기’가 더 이해하기 쉽다.
‘클로브라떼’ 등 이름만 보아서는 무슨 내용물이 있는지 알기 힘든 메뉴도 적지 않다. 음료 주문이 모험인 셈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모 브랜드 카페의 커피 잔은 ‘톨’ ‘그란데’ ‘벤티’ 등의 순서로 크기가 커진다. 컵을 주문할 때마다 어색하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가장 크기가 작은 컵 이름이 ‘톨’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감성 카페라는 이름으로 외국어를 사용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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