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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웨젠과 자오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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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일 밤 중국 외교부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아 주중 일본 대사를 웨젠(約見·약속해서 만나다)했다. 웨젠은 중국 외교부가 중국 주재 타국 외교관을 만나 항의하는 행위를 뜻하며 한국 외교 용어로는 ‘초치(招致)’에 해당한다. 이날 아베 전 총리는 대만 국책연구원이 주최한 강연에서 “대만에 일이 있다는 것은 일본에 일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미일 동맹에 일이 있다는 것”이라며 대만 문제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중국은 웨젠을 통해 “필경 불장난을 하다가 스스로 불에 타 죽게 된다”고 위협했다. 한 나라의 외교부가 자국 주재 외국 대사를 야간에 불러 전직 정상의 발언에 대해 항의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2014년 4월 25일 중국 주재 미국·일본 대사에 대한 웨젠도 이례적 사례로 꼽힌다. 이날 중국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으로 명기한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발표되자 웨젠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영토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한 것이다. 이어 중국 외교부는 2016년 7월 8일 한미 양국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공식 결정하자 중국 주재 한국·미국 대사에 대해 웨젠보다 한 단계 높은 ‘자오젠(召見·불러서 만나다)’을 발동했다. 사드 배치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방어를 위한 주권 행위인데도 중국은 난폭한 보복을 서슴지 않았다.



10일 중국 정부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초치에 반발해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에 취한 웨젠은 적반하장에 가깝다. 싱 대사는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협박으로 외교사절의 우호 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을 위반했다. 그런데도 중국 외교부는 웨젠을 통해 “한국 측이 현재 중한 관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되돌아보고 진지하게 대하길 바란다”고 한술 더 떴다. ‘미국과는 거리를 두고 중국에 굴복하라’는 압박이 읽힌다. 할 말을 하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중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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