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업인을 기리는 초대형 조형물 제작에 나서자 울산 지역사회의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울산시와 울산상공회의소는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노동계, 진보 성향 시민단체가 극렬히 반대하면서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15일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울산시가 제출한 ‘위대한 기업인 등에 관한 기념사업 추진 및 지원 조례안’을 심의한 결과 당초 추진안인 250억 원 중 200억 원을 삭감하고 부지 매입비 50억 원만 승인했다. 다만 완전히 사업이 무산된 것이 아니어서 19일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에서 다시 원상 복귀될 가능성이 있다. 최종안은 21일 본회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울산시는 이 사업에 대해 “울산을 오늘날 ‘한국의 산업수도’로 불리는데 큰 기여를 한 위대한 기업인들을 발굴 기념함으로써 기업가들의 자긍심 고취는 물론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드높이는 데 기여하리라 본다”며 “특히 울산을 상징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돼 관광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지는 울주군 언양읍 유니스트(UNIST) 인근이 유력하며 30~40m 높이에 최소 두 명의 기업인 흉상을 세울 예정이다. 흉상 아래에 설치될 기단까지 고려하면 높이는 최대 60m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시의회에서 관련 조례가 통과되면 내년 8월까지 흉상 건립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울산시는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내년 8월 조형물 건립과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울산시가 시민을 위한 예산은 하나같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시민의 혈세를 악착같이 걷어간다”며 “이렇게 만든 만든 예산으로 기업인 흉상을 설치하겠다는 김두겸 울산시장의 행보에 울산시민은 눈과 귀를 의심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조형물 건립 대상 인물로는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 SK그룹 고 최종현 회장, 롯데그룹 고 신격호 명예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정주영 창업자는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못한 채 상황을 관망하고 있고 노조는 울산시 방침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조는 최근 공동성명서를 통해 “울산시가 추진하는 이 사업은 흉상이 아니라 흉물이 될 것”며 “울산을 이끈 기업인을 예우하고 기념사업 등을 추진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흉상을 건립하겠다는 상상력의 수준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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