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 외교에 부쩍 공을 들여온 미국이 이란과의 핵 협상 재개 및 미국인 수감자 석방 등과 관련된 논의를 물밑에서 조용히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진전될 경우 한국에 묶여 있는 이란의 석유 수출 대금이 풀릴지에 비상한 관심이 모인다.
1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스트저널(WSJ)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에서 양국 고위급 논의가 시작됐으며 이후 백악관 관계자들이 추가 접촉을 위해 오만을 최소 세 번 방문했다고 전했다. 오만 당국은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맞물려 미국은 최근 이라크 정부가 이란에서 수입한 전기와 가스 대금 25억 유로(약 3조 4590억 원)의 지급을 승인했다. 이 자금은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로 동결된 상태였다. 이란과의 핵 협상 포기를 선언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복잡한 국제 정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란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무인기(드론)를 제공하는가 하면 핵무기로 전환 가능한 60%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며 중동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군사 옵션까지 검토 중이고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우라늄 농축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란은 현재 미국인 수감자 석방 및 자국 핵 프로그램 동결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해외에 동결된 에너지 수출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미국 측에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우리은행에는 이란의 석유 수출 대금 약 70억 달러(8조 9411억 원)가 묶여 있다.
미국과 이란 간의 물밑 협상은 공식 합의로 이어지기보다 암묵적인 ‘미니 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에서 이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을 바이든 대통령이 꺼리기 때문이다. 다만 양국 간 긴장이 완화되는 조짐은 분명히 포착되고 있다. 이란의 석유 수출량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도 지난달에만 하루 155만 배럴에 이르는 등 부쩍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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