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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쳇바퀴 '실손보험 간소화' 속도 내는데…의약사들 '결사 반대'

보험업법 일부개정안 15일 국회 정무위 통과

의약단체, 실손 데이터 '자율적 전송' 명문화 요구

심평원·보험개발원 등 중계기관 지정에도 반대

(왼쪽부터) 15일 보험업법 개정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수연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윤영미 대한약사회 정책홍보수석




번거롭게 종이서류를 발급하지 않아도 실손의료보험 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이 15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의약단체의 반발이 거센 데다 일부 시민단체들도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는 이날 오후 전체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고 가입자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도록 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실손보험은 2020년 기준 전 국민의 80%(4138만 명)가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 절차가 까다로워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다. 보험 가입자가 직접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다보니 소액 보험금은 청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보험사들도 서류 접수와 입력 등 소모적인 업무에 부담이 많다는 불만이 있었던 상황이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가 2009년 보험사별로 달랐던 보험금 청구 양식을 통일하고, 방법도 더 간단하게 바꿔야 한다고 권고한 이후 관련 법안이 수차례 국회에 발의됐지만 의약단체의 반발이 커 진척이 없었다.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대한약사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의료직역 단체들은 "민감한 개인 진료기록을 민간 보험사에 넘기면 결국 국민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것"이라며 한 목소리를 내왔다.



올 5월 16일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데 이어 정무위 문턱을 넘으며 14년만에 속도를 내게 된 상황이다. 이날 전체 회의에서는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서 가입자가 낸 서류의 정보를 보험회사가 부당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다만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의약단체들은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보험사 편익만을 위한 개정안"이라며 즉각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요청하면 병원이 중계기관을 거쳐 필요한 자료를 보험사에 전산으로 전송하는 과정을 강제화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요양기관에 막대한 부담을 전가할 뿐 아니라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공공의 이익마저 저해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관의 성격을 가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험료율을 정하는 보험개발원을 중계기관으로 정해서도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 단체는 "정보 전송의 주체가 되는 환자와 의료기관이 자율적인 방식을 선택해 직접 전송할 수 있도록 법안에 명문화하라"며 "법안 통과에 앞서 보험금 청구 방식과 서식·제출 서류 등의 간소화, 전자적 전송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비용 부담 주체 결정 등의 과제를 논의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환자단체들도 개인정보 유출과 의료 민영화 우려 등을 들어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은 민간 보험사의 환자진료기록 약탈법이자 의료 민영화법"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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