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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뮤지컬,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 [어쩌다 커튼콜]

■'프랑스 뮤지컬'의 뜨거운 매력 속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 '로미오와 줄리엣' '레미제라블'

장엄한 무대·배우들 열연·멜로디와 선율의 앙상블

자극적이지 않고 철학적 메시지 담아 마니아 흡수

다소 어려운 내용·낯선 불어에 집중력 떨어지기도

오케스트라 라이브연주 대신 '합 맞춘' MR로 반주

대사 없이 대부분 노래로만 진행하는 '성스루 방식'

배우들은 오로지 노래만…춤은 전문댄서에게 분담

노트르담 드 파리. 사진 제공=마스크엔터테인먼트






10만 원 넘는 돈을 내고 뮤지컬 공연장에 갔는데 앞사람의 키가 너무 커 두 시간 넘게 고개만 기웃거리다 온 적이 있나요? 배우의 노래뿐 아니라 숨소리까지 여운이 남아 같은 돈을 내고 본 공연을 또 본 적은요? 그리고 이런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혼자만 간직하느라 답답한 적은 없나요? 세상의 모든 뮤덕(뮤지컬 덕후)의 마음을 대신 전하기 위해 뮤덕 기자가 나섰습니다. 뮤지컬 애호가를 위한 뮤지컬 칼럼, ‘어쩌다 커튼콜’과 함께하세요.

‘에밀리, 파리에 가다’라는 넷플릭스 드라마 아시나요? 저의 최애 드라마 중 하나인데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누구나, 미국인마저도 프랑스를 동경한다.’ 저 역시 프랑스를 동경하는 많은 필부필부 중 한 명입니다. 오늘 소개할 ‘프랑스 뮤지컬’을 처음 보게 된 이유도 ‘왠지 영미 뮤지컬보다 프랑스 뮤지컬이 더 멋있어 보여서’라고 이야기하는 게 솔직하겠죠. 하지만 그거 아세요? 프랑스 뮤지컬은 한 번 보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프랑스어 억양과 누구나 학창 시절에 읽어봤을 대작 소설 원작이 어우러져 사색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죠. 오늘 ‘어쩌다, 커튼콜’은 ‘노트르담 드 파리’ ‘레미제라블’ ‘로미오와 줄리엣’ 등 누구나 한 번쯤 제목은 들어본 적 있는 프랑스 뮤지컬의 매력을 방출하려고 합니다.

프랑스 뮤지컬의 시작, ‘노트르담 드 파리’


1998년 9월 16일.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Palais des Congres)에서 초연된 한 뮤지컬이 세계 뮤지컬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1000만 관객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웁니다. ‘대성당의 시대’로 우리에게도 너무나 잘 알려진 프랑스 국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입니다.

사실 프랑스 뮤지컬을 세계적으로 알린 첫 뮤지컬은 1988년 초연된 ‘스타마니아’입니다. 또 우리에게 영국 뮤지컬로 알려진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도 사실은 1980년 프랑스에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프랑스 뮤지컬은 단연 노트르담 드 파리입니다. 국내에서도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있었는데요. 제가 본 첫 번째 프랑스어 오리지널 뮤지컬 공연이었습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 사진. 사진 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프랑스 뮤지컬은 내용이 다소 철학적입니다. 미국 뮤지컬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영국 뮤지컬처럼 잘 알려진 소재를 다루지도 않죠. 노트르담 드 파리 역시 ‘종교와 왕권의 대립’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프랑스어 뮤지컬을 자막으로 보는데 내용이 이렇게 어렵다면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죠. 저 역시 처음 노트르담 드 파리를 봤을 때 시작하고 얼마 후 ‘두 시간 반을 이 극장에 계속 앉아 있어야 한다니’라며 티켓을 산 과거의 저를 꾸짖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지루했죠. 하지만 대표 넘버 ‘대성당의 시대’가 시작되고 이런 잡념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학창 시절 숨죽이고 읽었던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의 문장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한 서정적이고 장엄한 무대였습니다. 아직도 그 멜로디와 선율, 배우의 목소리 떨림이 생각납니다. ‘이걸 보여주려고 이렇게 긴 시간 이 장엄한 이야기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사실 저는 수많은 뮤지컬 중 ‘반드시 오리지널로 봐야 하는 공연’을 묻는다면 주저 없이 노트르담 드 파리를 꼽을 것입니다. ‘대성당의 시대’는 한 번쯤은 프랑스어로 들어야 한다는 게 저의 강력한 주장입니다. 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렇게 극찬하는지 궁금하다면 2024년 예정된 한국어 공연도 볼 만합니다. 2018년 이후 한국어 공연은 6년 만이라고 하니 얼마나 잘 준비했을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프랑스 뮤지컬에 없는 한 가지, 00000


여기까지 이야기해도 갸우뚱하는 분들 많으시겠죠. 단지 넘버 한 곡 때문에 두 시간 이상의 공연을 버틸 수 있다니.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노래를 중요하게 여기길래 그러는 것일까 의아하시겠죠.

뮤지컬 팬들이 뮤지컬을 보는 이유는 사실 다양합니다. 첫째는 ‘배우’죠. 조승우·옥주현 등 이름만으로 티켓을 매진시키는 스타 배우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습니다. 두 번째는 ‘웅장함’입니다. 뮤지컬은 오케스트라의 어마어마한 사운드와 배우의 폭발적인 성량이 어우러져 관객이 저절로 기립하는 일도 많습니다. 자주 언급하지만 저는 ‘레베카’를 볼 때마다 손과 발이 제 것이 아닌 것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느낌을 받습니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뮤지컬 무대 밑에는 오케스트라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 밑에 오케스트라가 들어갈 정도로 넓은 공간이 있어?’라고 묻는 분도 많겠죠. 네, 있습니다. 최근에는 김문정 감독 덕분에 많은 분들이 무대 밑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뮤지컬을 화려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오케스트라의 고생을 알게 됐죠.

로미오와 줄리엣. 사진 제공=마스트 엔터테인먼트


그런데 뮤지컬 가수들이 오케스트라가 아닌 MR에 맞춰 노래한다면 어떨까요? 감동이 덜하다고 생각할까요? 프랑스 뮤지컬을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많은 프랑스 뮤지컬은 오케스트라 없이 진행됩니다. MR을 켜고 가수가 그에 맞춰 노래하는 것이죠. 미국·영국·한국 뮤지컬 배우들은 이마나 뺨에 ‘핀마이크’를 붙이고 노래하지만 프랑스 뮤지컬은 팝 가수들이 즐겨 쓰는 ‘핀마이크’를 사용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프랑스 뮤지컬은 ‘노래’를 강조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의 높은 문화적 자부심도 이런 다른 형식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국내에 폭넓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 프랑스 뮤지컬 배우 존 아이젠에게 ‘왜 MR을 사용하는 것이냐’고 묻자 “프랑스인은 문화적 자부심이 강해 영미 뮤지컬의 형식을 따라가지 않고 뮤지컬에서 공간·비용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50인조 이상의 풍부한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해 사전 녹음된 MR을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 뮤지컬은 대부분의 작품이 대사를 노래로만 진행하는 ‘성 스루(Sung Through)’ 방식을 지향합니다.

춤추지 않는 주연 배우…우린 정말 ‘노래’만 해!


이런 특징 때문에 프랑스 뮤지컬 배우는 노래만 합니다. 춤도 추지 않아요. 배우가 춤도 추지 않고 가수처럼 서서 노래만 한다니 다소 황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영미 뮤지컬과 한국 뮤지컬은 배우가 노래도 하고 숨이 차지만 춤도 추고, 무대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순식간에 이동하면서 노래를 합니다. 개그우먼 안영미 씨의 뮤지컬 흉내 영상이 ‘밈’이 돼 돌아다닐 정도로 뮤지컬 배우의 ‘동선’은 뮤지컬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이기도 합니다. ‘왜 말 한마디 하는데 여기서 저기로 걸어가는 거야?’라는 말을 하는 ‘뮤지컬 안티’ 세력, 아마 팬이라면 만나본 적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뮤지컬에는 전문 댄서가 등장합니다. 노래하는 가수와 무용수가 분리된 것이죠. 프랑스 뮤지컬에서 춤은 스토리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오브제입니다. 여기에도 프랑스의 자부심이 반영됐죠. 존 아이젠은 “역사적으로 발레가 프랑스에서 시작됐는데 발레를 기반으로 한 춤에 대한 자부심이 뮤지컬에도 반영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뮤지컬은 배우들이 그다지 많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만 해도 7명의 주연 배우가 자리에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노래를 할 뿐 춤은 추지 않죠. 춤은 16명의 댄서가 춥니다. 대신 굉장히 역동적이죠. 춤만 추니까요. 배우들은 목소리와 표정으로 맡은 역할의 내면을 충실히 연기합니다. 이 역시 프랑스 뮤지컬의 큰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뮤지컬은 ‘배우’지…나를 사로잡은 배우 ‘로랑 방’


지금부터는 저의 최애 프랑스 뮤지컬 배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로랑 방’ 입니다.

프랑스 배우 로랑 방. 사진 제공=삼영이엔씨


로랑 방은 얼마 전 막을 내린 프랑스 뮤지컬 ‘나폴레옹’의 주연이자 연출가입니다. 로랑 방은 우리나라 뮤지컬 팬들에게 ‘아이돌’입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아마데우스, 레미제라블 등 대작 프랑스 뮤지컬에 다수 출연했을 뿐 아니라 국내 방송에서는 포장마차에서 노래를 부르고 ‘복면가왕’에 나오는 등 예능에도 출연한 바 있죠. 제가 로랑 방을 처음 알게 된 공연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인데요. 로랑 방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아는 공연에는 모두 등장한 대단한 배우였습니다. 한 명의 배우가 이렇게 다양한 배역을 맡을 수 있다니 ‘아이돌’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나요? 사실 저는 로랑 방이 나오는 공연은 제일 첫 줄을 사고 싶어 하는데요, 성공한 적은 없습니다. 그럴 정도로 공연장 가장 앞 좌석이 늘 빨리 매진됩니다. 제가 로랑 방을 좋아하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꾸준한 성실함이에요. 다작하는 배우,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5월에 있었던 나폴레옹 공연에서도 기자 간담회에 직접 나와 공연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폴레옹. 사진 제공=XCI


로랑 방에게도 ‘프랑스 뮤지컬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그 역시 “프랑스 뮤지컬은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 최대 시장인 미국 브로드웨이와 확실한 선을 긋는다”며 문화적 자부심을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또 “최근 프랑스에서도 대사가 있는 작품이 나오고 있지만 직설적인 대사보다 시와 같은 은유적이고 아름다운 표현으로 구성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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