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와 안성시의회가 지난해 말부터 각종 예산안의 적정성을 둘러싸고 벌인 오랜 갈등을 접고 협치복원을 위한 수순에 들어간 모양새다.
19일 시와 시의회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양측은 지난 13일 시의회 2차 추경통과를 계기로 협치복원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추경 통과를 앞두고 김보라 안성시장과 안정열 시의회 의장 측이 물밑 접촉하면서 시정운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양측 갈등은 지난해 본예산 심의 때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시의회가 가용재원 2400억 원 중 16%인 390억 원의 예산을 삭감하면서 촉발됐다.
그해 통과된 '안성시 국가보훈 대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근거 삼은 각종 수당을 시가 2023년 제3회 추경 예산안에 편성하지 않자 시의회는 지난 5월 임시회에 상정된 12건의 조례안마저 일괄 부결 처리했다.
시의회는 특히 안성시체육회 주관 대회 명칭에서 ‘시장배’ 등의 명칭을 빼라면서 관련 체육예산까지 삭감했다. 소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계기로 지난달 15일부터 단식과 천막 농성을 벌였고, 시체육회도 도의회 진입로에 수십 개의 현수막을 걸어 놓고 국민의힘의 체육예산 삭감에 항의했다.
지난달 29일 각계 만류로 민주당 의원들이 13일 만에 단식 농성을 풀고 이번 추경 통과 직후 시체육회도 항의 현수막을 철거해 협치 복원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시에 따르면 시장배 명칭 논란과 관련해 시 예산지원을 받아 시체육회가 주관하는 24개 대회 명칭 중 이미 열린 야구대회를 제외한 나머지 23개 대회의 명칭에 대한 잠정 합의를 마쳤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17개 대회는 그동안의 전통 등을 고려해 ‘시장배’ 명칭은 존속하기로 했다. 나머지 6개 대회는 국민의힘측 요구를 받아들여 정치색을 뺀 ‘시체육회장배’ 등으로 명칭을 바꾼다.
이같은 분위기에 발맞춰 시와 시의회는 지난 16일에는 모처럼 손을 맞잡았다.
내년 9월 안성국제소프트테니스장에서 열리는 ‘세계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업무협약을 위해서다. 당시 김보라 안성시장과 안정열 의장은 성공개최를 위한 협치를 천명했다.
시 측은 정상적인 시정운영을 위한 협치복원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는 않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구두로만 협치에 대한 양측의 의지를 확인한 만큼 말을 아끼고 있다.
시의회 측은 보훈수당과 공영버스 등 현안 예산에 대한 ‘밀당’이 아직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협치복원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했다.
안정열 시의회 의장은 서울경제에 “시장의 선거를 위한 선심성 예산은 과감히 삭제할 것”이라면서도 “여야정정책협의체에 더 논의하겠지만 협치를 위해 함께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시의회 예결결산특별위원회 진행 중 국민의힘 의원을 겨냥해 막말을 해 논란을 빚은 민주당 최승혁 의원에 대한 윤리위원회 제소는 최 의원이 공식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 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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