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근래에 고위 간부들에 대한 인사 번복 사태를 겪으면서 그 배경과 재발 방지 방안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인사 파동은 국정원 내부 조직 중에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 해체된 국내 파트와 해외·대북 파트 간의 세력 다툼에서 비롯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사정에 밝은 정보 소식통들은 19일 서울경제신문에 “이번 인사 파문은 지난 정부에서 폐지된 국내 파트 출신들이 한직으로 떠돌다가 현 정부 출범 이후 복권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터진 갈등에 따른 것” “현 정부 출범 이후 주요 보직에서 배제된 인사(해외·대북 파트)와의 세력 다툼”이라고 국정원 내홍 상황을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규현 원장이 이달 초 단행한 국정원 국·처장 등 1급 간부 인사에는 국내 파트 분석관 출신인 A 씨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전임 정부 시절 한직을 맡았던 동기들 및 주변 인물들을 요직에 천거했고 그 과정에서 인사 갈등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김 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A 씨는 현 정부 들어 3급에서 2급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요직을 맡았다. 이후 전임 정부에서 유명무실했던 방첩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겨 국정원장 직할 부서로 만들어 내부 알력 다툼에서 주도권을 가져갔다. 실제로 방첩센터는 A 씨가 맡은 후 지난해 말부터 창원·진주·전주·제주 민주노총 간첩 사건을 주도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다 1년여 만에 1급으로 초고속 승진하려다 이번 사태가 터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국정원 요직에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김 원장에 대한 책임론과 대대적인 인사 교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국정원 인사 내홍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책임 후속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다. 여기에 더해 국정원 내부에 여권 주요 정치인을 배경으로 한 라인 간 다툼까지 뒤엉켜 국정원이 사분오열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다고 후문이다.
한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인사 파동의 당사자로 지목된 A 씨는 여권 실세와 가까워 인물들을 무리하게 대거 앉히며 갈등이 극심해진 것으로 안다”며 “고 전했다. 특히 B실장급 자리를 놓고 내홍이 빚어진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국정원의 내홍은 정권 교체 때마다 고질적으로 반복돼 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에서 800여 명의 요원을 면직해 대북 정보망 붕괴를 초래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김성호 국정원장과 김주성 기획조정실장 간 마찰이 표면화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국내 파트가 주요 보직에서 과도하게 소외됐다. 특히 2017년부터 국정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100여 명의 주요 보직자를 대거 교체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한직으로 밀려난 인사들의 불만이 누적돼 현 정부 들어 내홍으로 표면화된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전임 정부 시절 초고속 승진했던 1급을 포함해 2·3급에서 총 160여 명이 무보직 대기발령을 받았다. 이 같은 인사 파동과 내홍의 반복을 멈추기 위해 정부가 바뀌어도 국정원 조직이 안정적으로 역량과 인재 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계화된 인사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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