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출발해 남산 정상부까지 시간당 1000명 이상을 수송할 수 있는 ‘남산 곤돌라’가 이르면 2025년 운행을 시작한다. 서울시는 예산 약 400억 원을 투입해 곤돌라 조성을 마치고 이에 따른 운영 수익을 남산의 생태 회복에 지속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19일 서울시는 시청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고 남산의 생태 환경 보전과 시민 여가 공간 조성을 위한 ‘지속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관광 인프라로 남산 곤돌라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운영 수익을 남산의 생태·자연경관 회복에 투자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남산 곤돌라는 남산예장공원에서 출발해 남산 정상부까지 약 800m를 잇는 교통수단이다. 총 25대의 10인승 케빈으로 구성돼 시간당 1600~2000명을 남산 정상부로 운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비는 약 400억 원으로 운영 수익은 공공 재원으로 사용된다. 시는 10월 곤돌라에 대한 설계에 착수해 2025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산은 1991년 ‘남산 제 모습 찾기’ 사업이 시작된 후 현재 관찰 식물종 185종, 보호 가치가 있는 야생동물 24종, 관찰 곤충류 170종 등이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연간 8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남산을 찾으며 보호지역까지 샛길이 생기는 데다 기존에 설치된 도로의 불투수 토양 포장 비율이 70% 이상을 차지해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시는 설명했다.
◇2016년 사업 무산 후 7년 만에 재추진=남산 곤돌라 사업이 재추진되는 것은 2016년 관련 사업이 백지화된 후 7년 만이다. 앞서 시는 2015년 8월 남산을 ‘자동차 배출가스 없는’ 대기청정지역으로 지정하고 2021년 8월 남산 정상부로의 관광버스 진입을 전면 통제했다. 남산 곤돌라는 교통 약자와 관광객들을 위한 대체 이동 수단으로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환경 훼손, 한양도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등의 이유로 2016년 6월 사업이 중단됐었다. 이로 인해 연 300만 명(2017년 남산 관광버스 이용객 기준)에 달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현재 남산 정상부로 연결되는 교통수단은 남산케이블카, 01번 남산순환버스, 서울시티투어버스 총 세 종류가 전부다. 이 중 1961년 한국삭도공업이 반영구 운영권을 취득해 운영 중인 남산케이블카는 이익의 극히 일부만 국유지 사용료로 납부해 공공 기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삭도공업의 매출액은 2019년 136억 566만 원, 2020년 49억 7092만 원이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관광버스가 차단돼 대기 줄이 길어지며 해당 운영 업체도 많은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체 이동 수단이 늘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산케이블카 운영사 측은 올 초 진행된 서울시의 케이블카 설비 개·보수 심의에서 곤돌라나 친환경 이동 수단 조성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운영 수익 남산 생태 회복 재원으로=시는 남산 곤돌라로 발생하는 운영 수익을 남산 생태 환경을 관리하는 데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기금 활용 방안을 논의할 ‘지속가능한 남산을 위한 발전협의회’를 12일 발족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남산 생태환경사업(안)’을 마련하고 내년 하반기까지 운영 수익 기금화를 위한 ‘지속가능한 남산 조례’ 신설을 마칠 예정이다.
대표적인 기금 활용 방안으로는 △샛길 방지를 위한 남산 남사면 구간 스카이워크 도입 △친환경 방제를 통한 생물 서식처 회복 △소나무 군락지 등 생태환경보전지역 확대 및 종합 관리 △인공 구조물 자연성 복원 사업 △야외 숲박물관 조성 등이 제시됐다. 이 외에도 시는 남산 둘레길, 한양도성길, 성곽길 등을 정비하는 데 기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협의회 위원장을 맡은 한봉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협의회는 서울시와 다양한 정책 및 사업을 발굴해 남산 생태 환경을 보전하고 시민의 여가 공간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명동 상권 회복 기대=남산예장공원에 하부 승강장을 설치해 명동과 남산 주변 도심부를 활성화하는 것도 곤돌라 설치에 따른 기대 효과다. 당초 곤돌라 도입을 전제로 기획됐던 남산예장공원은 해당 사업이 백지화되며 버스환승주차장(40면)은 하루 평균 15대도 이용하지 않고 공원 내 부대시설도 3개 중 2개가 공실인 상태다.
시 관계자는 “명동 상권의 경우 롯데백화점 쪽은 활성화된 반면 명동성당 위쪽 상권은 활성화가 덜 돼 있다”며 “남산예장공원을 명소화해 남북 관광 축을 잇고 일대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시는 명동역에서 남산예장공원 곤돌라 하부 승강장까지 무경사·무장애 동선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남산을 생명력 있고 수준 높은 생태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시민에게 가장 매력적인 여가 공간을 제공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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