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약으로 흔히 쓰이는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건강보험급여를 유지해달라는 소송이 5년 만에 제약사 패소로 최종 결론 났다.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온 시민단체는 “정부가 건보재정을 위협하는 효과가 불분명한 약제에 대해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1부는 13일 종근당 등 26개사가 보건복지부 및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기한 건강보험약제 선별급여적용 고시 취소 청구 소송에서 정부 측의 손을 들어주는 상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2020년 8월 정부가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 범위를 축소하고 선별급여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2019년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를 유지하는 것은 건강보험 누수를 방치하는 행위라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복지부는 이듬해 급여를 축소, 2021년 제약사들로 하여금 치매 예방 효과에 대하 임상 재평가를 거쳐 효능을 입증하도록 했다.
해당 조치로 콜린알포세레이트는 특정 치매 질환을 제외한 외래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30%에서 80%로 상향됐다. 제약사들은 급여 축소에 반발해 대웅바이오 그룹과 종근당 그룹으로 나눠 소송을 제기했다. 종근당그룹은 2022년 1심에서 패소했고 지난해 5월 2심에서도 항소가 기각되며 패소했다. 이번 소송에서 대법원은 급여 축소 고시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는지 △철회의 법리를 위반했는지 △본인부담률 80%로 정한 것이 비례원칙을 위반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살펴 문제가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대웅바이오 그룹은 1심 패소 후 2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치매가 없는 사람에게 인지기능 개선이나 치매 예방 효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약가 정책에 참고하는 8개 국가(A8) 중 원개발국인 이탈리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해당 성분을 의약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급여 역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의약품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으로 규정했으며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홍보한 업체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23년 콜린알포세레이트 건강보험 처방액이 2023년 5600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공익감사를 청구했던 건약은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해 "임상적 검증 없는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사용하면서 이익을 본 것은 환자와 국민이 아닌 제약사"라며 "이들은 오랜기간 부당하게 이익을 챙겼고 정부는 이번 기회에 건보재정을 위협하는 효과가 불분명한 약제에 대해 철퇴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해악을 고려해 급여목록에 있는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한 약제의 판촉을 이제 멈춰야 한다"며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축소와 관련된 이번 소송을 계기로 정말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의료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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