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의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현대자동차 사건 판결에 대한 정재계의 비난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법원행정처는 19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특정 사건의 대법원 판결 선고 이후 해당 판결과 주심 대법관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다양한 평가와 비판이 있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법원 또한 이를 귀담아 들어야 함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재판 과정에서 제기됐던 법적 쟁점들과 판결의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신중한 검토가 전제 되지 않은 채 판결의 진의와 취지가 오해될 수 있도록 성급하게 주장하거나 재판부를 구성하는 특정 법관에 대해 판결 내용과 무관하게 과도한 인신 공격성 비난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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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는 이어 "이는 대법원 판결은 물론 1, 2심 판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이러한 잘못된 주장은 오직 헌법과 법률의 해석에 근거해 판결을 선고한 재판부에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법권의 독립이나 재판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지난 15일 현대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노조와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1, 2심은 조합원들에게 20억여원의 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물어내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의 결정으로 사실상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개별 조합원의 책임을 일일이 따져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본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회사가 이를 증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야당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과도 연결돼 입법을 대체하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선 불법 파업을 벌인 조합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법원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과 함께 이번 사건을 선고한 재판부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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