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PT) 연사로 나선 것은 국가 정상이 직접 지지를 호소할 만큼 대한민국의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점을 BIE 회원국들에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PT를 통해 “2030년 부산엑스포는 경쟁의 논리에서 연대의 가치로 우리의 관점을 전환한 엑스포로 기억될 것”이라며 “부산은 준비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하계올림픽·동계올림픽·월드컵 등의 ‘메가이벤트’를 치른 나라임을 소개하며 “우리는 (엑스포 유치를 위해) 준비된 후보국”이라고 회원국들의 지지를 요청했다.
이번 4차 경쟁국 PT가 사실상 11월 최종 투표 전 최종 결승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 역시 윤 대통령이 직접 참가한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PT에는 윤 대통령과 함께 싸이가 영어로 연설하는가 하면 카리나와 조수미가 PT에 영상으로 등장해 힘을 실었다. 진양교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부산엑스포 부지인 북항의 공간을 소개하고 교육 스타트업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가 ‘부산 이니셔티브’의 가치를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2차 BIE 총회 4차 경쟁국 PT에서 직접 연단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영어로 PT의 마무리를 장식하며 미래·약속·보답·연대를 키워드로 BIE 회원국 대표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윤 대통령은 “세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부산엑스포가 당면한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에서는 모든 나라가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기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30 부산엑스포는 경쟁의 논리에서 연대의 가치로 우리의 관점을 전환한 엑스포로 기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의 4차 PT는 가수 싸이가 포문을 열었다. 이 대변인은 “싸이는 전 세계에 K팝을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아티스트”라며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당시 싸이가 파리 에펠탑에서 즉석 플래시몹을 한 적 있는데 2만 명이 참여했다. 당시 플래시몹처럼 부산엑스포에서도 강남스타일처럼 모여보자는 취지로 (발표자로 섭외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영상으로 PT에 참여한 것에 대해서도 “에스파는 블랙핑크를 잇는 세계적인 걸그룹인 데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아바타와 함께 공연하는 아이돌 그룹”이라며 “디지털 기술의 첨단에 서 있다는 점에서 (부산엑스포가) 미래 세대를 위한 장”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4차 PT가 2년 가까이 이어져온 유치전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2021년 6월 BIE에 유치 신청서를 제출한 후 2년 가까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윤석열 정부 역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범정부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재계 역시 민간지원위원회를 자발적으로 구성해 세계 곳곳을 누비며 부산엑스포 홍보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3월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3차 PT에 발표자로 참석해 ‘부산 이니셔티브’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년 전 처음 유치전에 뛰어들 때는 ‘오일머니’를 무기로 내세운 사우디아라비아에 열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며 “분위기는 4월 BIE 실사단의 부산 방문을 계기로 뒤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실사단 방한 첫날부터 국회의장과 국무총리가 발 벗고 나서 환대하는가 하면 윤 대통령은 실사단을 청와대 상춘재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이후 부산 북항 엑스포 부지와 광안리·유엔공원 등을 둘러본 실사단은 “부산은 엑스포를 유치할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며 유치 열기를 호평했다.
이번 4차 PT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들도 힘을 보탰다. 특히 최근 발을 다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목발을 짚고 파리에 도착해 유치전에 돌입했다. 최 회장은 목발에도 부산엑스포 로고가 그려진 패드를 장착했다. 한편 BIE 총회가 열리는 파리에는 현재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문구(Busan is ready)가 적힌 차량이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한국의 유치 의지를 강조했다. 이 외에도 총회장 인근 850m 길이의 도로에 2030 부산엑스포와 관련된 홍보물이 내걸리고 총회장 앞에는 ‘부산 스테이션’이 설치돼 참석자들에게 부산엑스포를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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