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지역투자신고식’을 열어 1조 2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독일·노르웨이·덴마크·벨기에 등 유럽 전역의 첨단 장비·소재 기업들이 투자에 참여했다. 투자 의사를 밝힌 기업들은 2차전지·미래차·조선 장비·소재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기업들이 대부분이어서 2차전지·전기차 완성품 생산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프랑스 다음 순방지인 베트남에서도 양국 기업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세일즈 외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유럽지역투자신고식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준 6개 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첨단산업 투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약속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윤 대통령이 국제박람회기구(BIE) 4차 프레젠테이션과 한·프랑스 정상회담차 프랑스를 방문한 짧은 일정 속에서도 글로벌 기업의 한국 투자 유치에 힘을 보탰다”며 “이날 성사된 투자 규모는 지난해 유럽에서 한국으로 유입된 총 투자 규모(약 80억 달러)의 12%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최 수석은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영국·벨기에 등 유럽 전역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투자를 확정하기 위해 달려왔다”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세일즈 외교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투자 의향을 밝힌 기업 6곳 중 4곳은 2차전지·미래차의 소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다. 국내 생산 시설 투자를 결정한 프랑스의 이메리스의 경우 카본블랙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카본블랙은 미세한 탄소 분말로 만든 결정성 물질로 2차전지의 음극재나 반도체의 전도성 향상을 위한 첨가제로 활용된다. 벨기에의 유미코아 역시 2차전지용 양극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이번 투자신고식을 계기로 한국에 양극재 생산 시설과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유명 자동차 부품 생산 기업인 독일의 콘티넨탈은 한국에 첨단 전장 부품 생산 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내연기관 부품에서 세계적인 입지를 가진 콘티넨탈은 유럽 내에서 미래차 전환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영국의 나일라캐스트는 고성능 폴리머 생산시설을 설치해 조선소에서 사용하는 첨단 기자재에 사용되는 소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우리 조선 산업 기자재들의 경량화·고성능화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수석 역시 “첨단 소재 기업들의 한국 투자는 우리 주력 산업의 공급망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재생에너지 기업들도 대거 투자를 결정했다.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와 덴마크의 CIP는 국내 해상풍력 단지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에퀴노르와 CIP의 투자로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고 국내 풍력산업 생태계가 보다 탄탄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투자신고식을 기점으로 앞으로 유럽 기업과 한국 사이의 경제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수석은 “윤 대통령은 전날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원전·원전해체·우주항공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며 “프랑스 국립우주센터와 곧 설치될 한국우주청 사이의 협력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이미 원전을 56기나 운영 중인 프랑스와 차세대 원전 개발, 원전 해체 분야에서도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캠퍼스 ‘스페이스F’를 찾아 한·프랑스 양국 청년 기업인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공급망 교란, 에너지와 기후위기, 보건과 디지털 격차 등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자유와 연대에 기반한 혁신”이라며 “미래 세대는 자유주의와 국제주의에 기반한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000여 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한 스테이션F는 파리 13구의 역사적인 건물을 개조해 만든 스타트업 캠퍼스로 총면적이 3만 4000㎡에 달해 세상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단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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