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전환’ 당시 공공기관 용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채용을 거부했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한국도로공사 시설관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도로공사는 2017년 7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지침에 따라 도로공사 사옥의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100% 출자 자회사 시설관리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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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관리는 기존 용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26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들에게 ‘단속적 근로조건’에 동의한다는 합의서 제출을 요구했다. ‘단속적 근로’는 보일러·전기 기사 등 격일제 방식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 유형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 26명 가운데 A씨는 합의서 제출을 거부했고, 시설관리는 A씨를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중앙노동위원회를 통해 구제됐다. 합의서 제출을 거부했다는 이유 만으로 고용승계를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시설관리는 중노위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정규직 전환 기대권을 인정하면서 채용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에게는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역시 원고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근로자들은 자회사가 설립될 경우 그 소속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신뢰를 더욱 크게 갖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취지에서 A씨의 정규직 전환 채용에 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어 “원고는 시설관리업무가 단속적 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고용노동부의 승인받기 위해 합의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합의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용을 거절한 것은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근로조건을 거부했음을 이유로 삼은 것으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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