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보다 중국을 우방국이라고 여기는 아랍권 청년들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아랍 국가들의 관계 회복 중재하는 등 이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한 결과로 풀이된다.
CNN 방송은 2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둔 홍보회사 ASDA'A BCW가 아랍권 18개 국가의 18~24세 청년 3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비(非)아랍 우방 순위에서 중국이 2위, 미국이 7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튀르키예를 우방국으로 생각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82%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80%로 뒤를 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영국(79%), 독일(78%), 프랑스(73%), 인도(73%), 미국(72%)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미국은 지난해 조사에서 63%의 응답을 받아 6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한 단계 내려왔다. 2위에 올랐던 2015년 조사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더 크다.
CNN은 "아랍 지역의 정치 지형 변화로 촉발된 (시민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이 중동에서 손을 떼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던 반면 중국은 입지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앞서 3월 중국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평화 협정에 이어 4월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 중재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적 교류도 확대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의 무역 규모는 2001년 41억 달러에서 2021년 873억 달러로 급증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사우디 교역액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의 애나 제이컵스 걸프지역 담당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전략적으로 중동에서 손을 떼고 있다는 인식이 이 지역 정부에서 시민으로까지 서서히 전파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프트파워와 역내 안전 보장자 역할은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다른 글로벌 파워가 대체자로서 근처에도 갈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아랍 지역에 어떤 국가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33%가 미국을 꼽아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아랍 에미리트(11%), 사우디아라비아(10%), 이스라엘(10%), 러시아(8%) 순으로 뒤를 이었고 중국을 꼽은 이들은 4%에 불과했다.
한편 러시아는 1년 사이 선호도가 급감했다. 러시아의 우방국 순위는 지난해 3위였지만 올해 9위로 떨어졌다.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국가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각각 86%와 57%로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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