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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뒤통수만 봐도 알아” 소방관 아내 한 마디에 '감동'

지난 20일 부산 해운대 호텔에서 난 화재 당시 진화 도중 찍힌 정형호 소방위. 연합뉴스




170명 대피, 부상자 0명.

부산 해운대 호텔 화재 당시 힘겨워 보이는 구조대원이 숨을 고르는 듯한 한 장의 사진은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올해로 22년 차 베테랑 소방관인 부산소방재난본부 특수구조단 특수구조대 정형호(44) 소방위로 밝혀졌다. 그는 전한 당시 상황과 아내가 건넨 한 마디를 전하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정 소방위는 지난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구조 임무 중에 공기 잔량이 최하위까지 떨어져 장비 교체를 위해 지상으로 잠시 내려와 숨을 고르던 찰나에 구조된 투숙객이 이 모습을 촬영하신 것 같다"고 쑥쓰러워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피서철 투숙객이 많이 모여 있는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호텔 지하 6층 폐기물에서 불이 났다는 최초 신고 내용을 전파받는 순간 골든타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정 소방위는 "7층까지 두 번, 17층까지 한번 계단을 오르고 내리며 인명구조를 하다 보니 1000m를 (왕복)세 번 달린 느낌이었다"며 "장비를 교체하는 동안 방호복을 잠시 벗고 열을 빼내고 있었는데 어떻게든 다시 빨리 올라가 투숙객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과호흡을 진정시키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2년차 베테랑 소방관에게도 다중시설 지하 화재는 '지옥 같은 현장'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호텔에서는 지하에서 발화해 연기가 위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정 소방위는 "지하에 불이 나면 연기가 갇혀 진입이 힘들어 진화가 어렵다"며 "연기가 순식간에 비상계단 등 대피로로 올라와 탈출 공간이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정복을 입고 사진을 찍은 정 소방위. 연합뉴스


이어 "이런 상황을 소방 생활을 하며 경험해왔기 때문에 지하에 불이 나면 겁부터 나기도 하지만 연기가 분명 위로 올라가는 것을 알고 있어 어떻게든 빨리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도착했을 당시 비상계단에 연기가 가득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는 "7층에서 내려오고 있는 투숙객 30∼40명을 만났다"며 "유해가스를 한 모금만 마셔도 패닉이 온다는 걸 알기에 일단 시야 확보를 하며 투숙객들이 1층까지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투숙객에 보조 마스크를 씌워 1층으로 구조했고 비상계단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하며 17층까지 가다가 1층으로 뛰어 내려와 장비를 교체하고 숨을 골랐다. 그때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정 소방위의 사진이 찍힌 것이다.

이 사진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가 된 줄 모르던 정 소방위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얼굴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아봤냐고 했더니 '남편 뒤통수만 봐도 나는 안다. 고생했다'는 아내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회고했다.

화재가 발생한 부산 해운대구 호텔에서 합동감식반이 22일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이 찍혀 자신이 조명을 받았지만 아찔했던 화재 현장에서 한 발 더 움직여 인명피해를 막은 동료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수 방화복 등 소방 장비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고층 건물 화재 시 총 20㎏에 육박하는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세트를 착용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아령 10㎏ 2개를 손에 들고 계단을 오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수 방화복이다 보니 무릎이 안 굽혀져 몸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데 안전 장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소방 장비가 더 발달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일 오전 9시 30분쯤 이하 6층에서 시작된 해운대 호텔 화재는 4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 1~5층에 주차된 차량 151대가 피해를 봤고 소방관 3명이 다쳤다.

또 투숙객 3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피해가 경미해 부상자로 집계되지는 않았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발화 지점은 호텔 지하 6층 매트리스 등이 쌓여있던 곳으로 추정된다.

부산소방 관계자는 “지하에서 화재 경보가 제대로 울렸는지, 이후 관계자가 안내방송 등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며 “감식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한 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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