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인류가 오랜 시간 공공 장소에 접근이 제한됐다. 광주비엔날레는 팬데믹 이후 공간의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자 한다”
창설 30주년을 맞이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판소리와 함께한다. 니콜라 부리오 제 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25일 선임 이후 첫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판소리가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 공간을 반영한다는 점이 흥미로워 전시 개념으로 사용하기로 했다”며 2024년 광주비엔날레 전시 윤곽을 발표했다.
비엔날레는 비엔날레 창설 30주년을 맞아 동시대 사회 전반 현상을 진단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문화 담론과 비전을 제시할 역량을 갖춘 기획자를 찾아왔다. 니콜라 예술감독은 ‘관계의 미학(1998)’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관계’, ‘매개’, ‘상호작용’ 등의 현상을 탐구한 전문가다. 2009년 테이트트리엔날레, 2014년 타이페이비엔날레, 2019년 이스탄불비엔날레 등 대규모 전시 기획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니콜라 예술감독이 기획한 제 15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판소리-21세기 사운드스케이프(PANSORI-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다. 주제 중 ‘사운드스케이프’는 ‘소리의 풍경’이라고 번역된다.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부르는 소리인 판소리를 은유로 해 인류 보편적이면서도 일상적인 공간에 대한 의제를 형성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지역성과 세계성을 아우르는 실험적인 전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니콜라 예술감독은 간담회에서 지속적으로 ‘공간’과 ‘지속성’을 강조했다. 그는 “공간은 지구가 당면한 기후변화, 팬데믹을 떠올리게 한다”며 “인간이 공간을 다른 생명과 어떻게 지혜롭게 나눠 쓸 것인지, 소수자의 자리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 15회 비엔날레의 특징은 공간의 문제를 판소리로 풀어나간다는 점. 판소리는 17세기 등장한 한국의 음악 형식이자 ‘공공장소의 소리’다. 나아가 ‘서민의 목소리’를 뜻하기도 한다. 그는 “판소리가 지역색과 서민의 소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 “한국의 음악 장르인 판소리를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 공간이자 모두와 관련된 공간을 탐색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런 공간 개념은 페미니즘, 탈식민 등 보다 범지구적 이슈로 연결된다. 또한 ‘안전한 공간’의 필요성으로 접근해 원주민에게 할당된 보호구역 등의 공간 배분 문제 등 사회정치학적 담론으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는 본전시 외에 카페, 공공장소, 공원, 대안 예술공간, 상점 등 다양한 장소에서 소리와 시각 요소를 혼합한 예쑬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비엔날레 기간 동안 광주 곳곳에서는 음악과 음향 프로젝트가 다양하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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