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체 입장에서 기술이전이 더 유연해지고 민간이 확신을 갖고 투자해야 진정한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 우주개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상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28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민간 기술이전과 투자를 늘리기 위해) 법과 제도가 효율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간담회 내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산업체가 기술이전을 잘 받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며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기 위한 항우연의 역할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산업 분야에 있을 때와 공공에 있을 때 생각이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며 “항우연은 국가에 필요한 기술인데 국산화되지 않고 돈이 안 되는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강조한 미래 기술 중 하나는 발사체 사업이다. 그는 “인공위성 기술과 부품은 제대로 협상하면 해외에서 구매가 가능하지만 발사체는 수출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발사체 개발과 재사용에 대한 기술은 명백하게 항우연이 해야 할 미래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우주 저궤도 위성통신 발사에 따른 망 관리와 점차 우주에서 이동하는 항공기의 이동 경로 등도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맡아야 할 분야다. 이 원장은 “지금은 항공편의 고도가 점차 올라갔고 저궤도 위성통신 시대에는 국제적으로 위성과 항공기의 길을 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면서 “우주 쓰레기 해소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상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항우연이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항우연은 이처럼 공적인 분야의 개발과 투자를 진행하고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기술이전을 통해 효율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기술이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을 개발한 이들에게 혜택을 줘서 연구원들의 기술 개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항우연이 그 부분에 대해 의사 결정을 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해외에서 수많은 우주 관련 벤처기업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산업체에 그에 맞는 혜택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항우연은 최근 재사용 발사체 특정 평가가 불발되고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갈등 등 다양한 이슈로 우주 관련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항우연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앞서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차세대 발사체를 재사용 발사체로 전환하기 위한 첫 단계인 특정 평가에서 해당 사업을 특정 평가 대상으로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항우연은 우주항공청과 함께 후속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발사체가 달라지면 연구비 집행이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우주청은 행정 절차와 후속 사업 계획 보완 등을 하고 있으며 기술적인 부분은 항우연이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겪고 있는 차세대 발사체 관련 지식재산권 갈등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국내법에서는 아무리 공동으로 개발할지라도 지재권을 산업체에 넘길 수는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며 “다만 차세대 발사체를 재사용 발사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공동으로 개발하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했고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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