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에즈라 밀러가 모두의 귀감이던 때가 있었다. 1992년 출생 이후 2008년 안토니오 캠포스 감독의 '애프터 스쿨'로 스크린 데뷔한 그는 이후 '시티 아일랜드'(2009), '케빈에 대하여'(2011), '월플라워'(2012) 등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역할의 연기를 선보였고 2016년부터 공개된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서는 주요 인물 중 한 명인 크레덴스 베어본 역으로 나와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DCEU에서 플래시 역을 꿰찬 그는 저스티스 리그에 입성해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부터 '저스티스 리그'(2017)를 거쳐 자신만의 솔로 무비 '플래시'(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에 출연하기까지 이르렀다. 이때까지만 해도 앞길이 창창하고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감을 높이던 그의 인생은 순탄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톱스타에서 범죄자의 위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술집 난동 및 폭행 혐의, 살해 협박 혐의, 미성년자 그루밍 혐의, 절도죄 혐의로 고소당했고 외신들은 그의 범죄를 앞다퉈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그루밍 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신뢰를 얻은 뒤 관계를 형성하고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행위이기에 더욱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이러한 중범죄들에도 불구하고 DC 스튜디오는 에즈라 밀러를 안고 가기로 했다. DC 스튜디오 공동 회장인 제임스 건과 피터 사프란은 '플래시'의 주연을 에즈라 밀러로 확정했으며 그가 "회복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이후 '플래시'는 개봉됐고 할리우드 대표 '미운 우리 새끼'로 거듭났다.
주연 배우의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 인해 망가질 뻔한 작품, 그렇다면 재미는 있을까. 먼저 해외 외신들이 쓴 평론은 극단적으로 갈렸다. 영화 자체에 상당히 후한 평점을 준 매체가 있는 반면, 에즈라 밀러 논란을 가릴 만큼 임팩트가 있지 않다고 대놓고 헤드라인에 쓴 매체들도 상당수였다. 한 예시로 미국 매체 스크린랜트는 "아무리 DC 카메오가 많아도 에즈라 밀러의 스크린 바깥 행동을 잊게 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평처럼 '플래시'는 정의로운 히어로의 이야기임에도 에즈라 밀러가 주인공이라는 사실로 인해 몰입하기 힘들다. 신생아들을 살리는 신이 나와도, 엄마를 사랑한다 말하며 안는 신이 나와도 그 주체가 에즈라 밀러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눈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다. 더불어 스토리 또한 멀티버스와 시간 여행, 혼돈으로 일그러진 세계와 그 혼돈을 다시 잠재우는 히어로의 이야기는 어디선가 본 듯한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기에 '플래시'는 신선함과 재미, 몰입도 면에서 아쉬운 영화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관객들에게는 'DCEU 영화라고 다 봐줘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한 작품이라도 놓치게 되면 전체 세계관을 이해할 수 없기에, 그리고 팬심 있기에 DCEU 팬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에 가는 날만을 기다리던 시대는 지났다. 연기를 잘 하니까, 작품을 엎으면 손실이 나니까 범죄자의 연기를 그대로 스크린에 내보내는 이들의 책임 또한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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