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절제술을 받은 4세 소아가 후유증을 겪다 사망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피해자 사망과 관련해 의사들에게 공동의 과실이 있다고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28일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박혜영 부장검사)는 업무상과실치사, 의료법위반, 응급의료법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의사 5명과 경남 양산시의 A 병원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피의자들은 피해자의 사망에 책임이 있는 의사 3명, 의무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의사 1명, 119구급상황센터의 응급의료 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기피한 의사 1명 등이다.
피해자는 2019년 10월 4일 경남 양산시의 A 병원에서 편도선 수술을 받은 뒤 같은해 10월 7일 입원했으나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다. 이후 혼수상태로 연명치료를 받다가 이듬해인 2020년 3월 11일 숨졌다.
검찰은 피해자의 사망과 관련해 의사들과 병원의 공동과실이 있다고 봤다. 피해자가 편도선 수술을 받던 당시 집도의였던 B(39)씨는 수술을 마친 피해자가 회복 중 재출혈이 발생했으나 출혈 부위를 특정하지 못하고 광범위하게 소작(환부를 지지는 행위)하는 방식으로 처치했다. 재출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으나 이를 숨기고 관련 내용도 기록하지 않았다. 당시 전공의였던 F(29)씨는 당직의인 다른 의사의 명의로 피해자의 진료기록을 작성했다.
피해자가 퇴원한 후 경구투약이 불가능해 다시 입원하게 된 부산의 한 병원에서는 야간당직의사인 C(56)씨가 임의로 당직을 이탈해 대학 후배인 D(42)씨에게 대리 당직을 부탁했다. C씨와 D씨는 이런 사실을 병동에 알리지 않았다.
입원 중인 피해자가 객혈을 하자 간호사는 병원에 없는 C씨에게 연락했고, C씨는 피해자의 상태를 평가하지 않은 채 전화 상으로 전원을 결정했다. C씨 대신 당직을 서던 D씨도 적절한 피해자 평가를 하지 않은 데다 해당 병원이 기본적인 응급조치 장비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해 응급조치 없이 전원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에게는 기도 확보 등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보호자가 피해자를 안고 지하 당직실로 이동했다.
이후 119구급요원이 피해자에 대해 최초로 의식을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E(32)씨는 119구급상황센터를 통해 2019년 10월 9일 새벽 1시 58분과 2시 2분께 2회에 걸쳐 응급의료요청을 받았으나 다른 심폐소생 중인 환자가 있다는 이유로 응급의료를 기피했다. 그러나 당시 응급 심폐소생술 환자는 응급의료요청 연락이 오기 약 2시간 전 응급실에서 퇴실해 별도의 소아중환자실(PICU)로 이동해 있던 상황이었다. 검찰은 E씨가 현재까지 발생하지 않은 다른 CPR 발생 위험을 핑계로 병원 부근까지 후송된 피해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기피했다고 봤다.
2019년 12월 피해자 유족의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사건을 울산지검에 송치했다. 해당 사건을 넘겨받은 서부지검은 의학박사 출신 공인전문검사를 투입해 △기록 전면 재검토(의무기록 1500쪽 포함, 7000쪽 분량) △현장 임장 조사 △주요 피의자 대질 조사 △대검찰청 법의학자문위원회 감정 2회 등을 실시해 의료진의 과실을 규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병원과 환자 사이에 응급환자 현황 등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응급의료를 거부하는 이유와 당시 응급실 환자 현황을 보존하도록 하는 관련 시행규칙 등이 신속히 개정·시행되도록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며 “관할기관에 시정명령·과징금·의료인면허(자격)정지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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