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주시하던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 형사부 백가영(변호사시험 7회) 검사는 B씨의 행동에서 보여진 ‘위험성’에 주목했다. CCTV 속 B씨는 처음에는 조용히 A씨 뒤를 밟았다. 이후 A씨가 뛰어가자 B씨는 전력질주했다. 마지막 순간 달려들며 뻗은 손이 닿지 않아 미수에 그치긴 했으나 만약 A씨가 B씨에게 잡혔다면 상상하기조차 싫은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피해자) 집 근처에서 B씨가 서성인 적이 있었다’는 A씨의 조서상 진술도 재범 등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뒷받침했다. 게다가 B씨는 30년 전 살인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었다. 백 검사는 범죄경력 조회에서 연도·죄명·선고형 등을 확인했으나 자세한 사건 내용은 알 수 없었다. 강산이 세 번 변할 만큼의 오래된 사건이라 전산상 판결문이 검색되지 않는 탓이었다. 백 검사는 국가기록원에 당시 판결문을 요청했고, B씨가 젊은 시절 한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의 주범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백 검사는 “CCTV 화면은 물론 피해자 진술 등에서 B씨가 다시 범행을 할 위험성이 크다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과거 판결 자료까지 확인해 재판부에 ‘B씨가 재범할 가능성이 있는 등 범행 위험성이 크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가 이뤄진 데 이어 재판까지 진행될 경우 자칫 제2의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만 커질 수 있다는 게 백 검사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이는 검찰이 법원으로터 발부받은 구인장을 가지고 B씨 집을 방문한 결과, 그대로 증명됐다. B씨는 자택 한 켠에 병원에서 볼 법한 인체 해부도를 걸어뒀다. 게다가 언제든 흉기로 쓰일 수 있는 칼도 장식하듯 벽에 고정해 놓았다. 마치 어느 흉악범에 대한 범죄영화에서나 광경이 B씨 집에서 펼쳐져 있던 셈이다.
백 검사는 “혹시나 B씨가 정신 이상이 있을 경우도 고려해 정신감정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의견서에 반영했다”며 “B씨는 재판에 불출석하는 등 도주 우려도 큰데다, 다시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도 높아 재판부가 법정 구속을 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이상행동을 보인데다, 혐의를 부인하거나 아예 답변을 거부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다 결국 징역 10개월이 선고되면서 법정 구속됐다. 그가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된 이유는 A씨에게 위해를 가하는 등 재범 위험성이 크다는 부분도 충분히 반영됐다. 강제추행미수 혐의를 받는 B씨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재판을 받을 수 있었던 사건이 ‘범행을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위험성을 검찰이 재판부에 증명하면서180도 상황이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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