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오하이오급 전략 핵 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의 한국 방문을 공식화하면서 그 시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입항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미 정부가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수함의 한국 방문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오하이오급 잠수함(SSBN)이 미래 어느 시점에 기항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4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수함이 파견될 것”이라고 보도한 데 대한 미 국방부의 공식 반응이다. 따라서 실제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이 연내 해군의 부산 작전기지 등에 들어올 경우, 1981년 3월 로버트 리함(SSBN 601) 이후 42년 만의 기항이다.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함께 미군의 전술 핵무기가 남한에서 철수한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핵탄두를 탑재하고 기항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라이더 대변인은 “특정 시스템, 특정 무기 체계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하지만 그건 핵능력을 갖춘 잠수함”이라고 답해 핵무장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반도 유사시 가장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핵보복 비밀병기’인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이 42년만에 한국에 기항한다는 것은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에 따른 북 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의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풀이될 수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은 한반도 유사시 가장 빠른 시간 내 전술핵을 투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전시에 가장 효율적인 무기체계로서 북한은 물론 중국에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은 전략핵·전술핵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쏠 수 있는 SSBN(14척 운용)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최대 154발 탑재할 수 있는 SSGN(4척 운용)으로 나뉜다.
오하이오급(1만8750t급) SSBN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용 저위력 전술핵탄두 ‘W76-2’를 탑재한다. 사거리 1만2000㎞ 이상의 SLBM인 ‘트라이던트-Ⅱ D5’에 W76-2가 장착되는데, W76-2는 기존 W76(90kt)을 5~7kt 수준으로 줄인 저위력 핵탄두다. 이 핵탄두는 SLBM 탄두부에 들어가는 Mk4A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에 내장된다. Mk4A에는 W76-2를 최대 8발까지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슈퍼신관을 사용해 북한의 지하 핵과 미사일 시설, 전쟁지휘부를 파괴할 ‘핵 벙커버스터’'로 사용할 수 있다. 1만㎞가 넘는 거리에서 W76-2가 장착된 SLBM을 발사해도 오차가 90m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도가 높다.
특히 전략 핵잠수함 14척 가운데 8척이 태평양 함대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탓에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략 폭격기와 함께 핵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군 ‘핵 3축’ 가운데 하나로 꼽혀 ‘비밀 병기’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SSBN이 한국에 전략자산으로 수시 배치된다면 북한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즉 북한이 핵선제타격 징후를 보일 때 사전에 응징하려면 정밀타격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저위력 핵탄두가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핵 보복이 가능한 2차 보복능력을 갖춘 최적의 전략자산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현재 운용 중인 14척의 오하이오급 SSBN을 대체하는 2만810t급의 컬럼비아급 SSBN을 2031년까지 12척 확보할 예정이다. 이 신형 핵잠수함은 ‘트라이던트-Ⅱ D5’를 14~16발 탑재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전략 핵 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의 한반도 기항은 한미 양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전인 2월에 사전 논의가 있었다. 지난 2월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펜타곤에서 한미 간 제8차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대북 확장억제를 지속해서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미 양국은 밝혔다.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한미 TTX가 북한 핵문제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억제력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그런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TTX의 중요한 부분은 기밀”이라면서도 “기밀이 아닌 TTX의 한 특징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 따른 잠재적 결과에 대한 점검”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등 군 고위층이 우리가 한국 및 역내에 확장억제 지원을 위한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데 있어 순환배치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해온 것을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태용 주미대사는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미 양국은 미 국방부에서 8차 DSC TTX를 실시한 데 이어 킹스베이 미 핵잠수함 기지를 최초로 방문했고 가까운 시일 내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후속 훈련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술핵 공격 위협을 지속하는 북한에 대한 경고 조치로 미 전략 핵잠수함의 한반도 기항과 같은 강력한 움직임이 잇따를 수 있다고 예고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주목되는 점은 SSBN의 기항 시점이다. 지난 4·26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개 합의한 핵탄두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SSBN의 한반도 전개 공개로 빠르면 5월 안으로 한국에 입항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6월 16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해군의 핵 추진 순항미사일 잠수함(SSGN) ‘미시건함’이 들어오면서 여러 관측이 나왔다. 당시 기상 악화를 비롯해 여러 국제 정세로 한국 입항 타이밍을 놓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SSGN이 당초 방한하기로 했던 SSBN을 대신해 한반도로 전개된 것이 아니라 SSGN을 비롯해 미 전략자산들이 상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SSBN도 분명히 한반도로 전개된다”고 설명했다. SSGN이 한국을 찾은 것은 2017년 10월 이후 5년 8개월 만이다.
핵탄두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SSBN이 들어온다면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이자 한미상호방위조약 70년이 되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오는 7월말에 한반도로 전개되는 것이 가장 상징적이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즉 6·25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27일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7·27 정전협정과 한미동맹 70주년 기념식이 부산에서 열리고,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굳건한 한미 군사동맹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차원에서 7월말 한반도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북한도 7·27 정전협정일인 ‘전승절’을 대대적으로 기념하겠다고 예고하며 대규모 열병식을 비롯해 2차 위성 발사를 성공해 국방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정전협정 70주년과 한미 군사동맹 70주년을 기념해 한국에 기항한 미국의 전략 핵잠수함에 직접 올라탄다면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이자 군사적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박민식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6월 15일 정책설명회에서 “올해 7월 27일 정전협정 70주년 행사는 부산에서 연다”면서 “많은 외국 정상급 인사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에 22개 참전국이 동참하는 ‘정전협정 70주년 및 유엔군 참전의 날 국제기념식’을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