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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진흥원·영진위에 이어 문학번역원도 “부실”

문체부 “번역출판 지원사업…심사 불공정, 예산 비효율, 사업부실 등 심각”

한국문학번역원 홈페이지




문화체육관광부는 3일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곽효환)이 수행하는 번역출판지원사업의 심사위원 구성과 심사과정에서 공정성 부족, 예산 관리의 비효율성, 사업관리 부실 등 심각한 문제점을 포착하고, 관련 사업 전반에 대한 조사·분석을 정밀하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문체부는 번역출판지원사업이 K북 글로벌 진출의 핵심 분야인 점을 들어 심사과정의 공정성, 객관성 확보는 물론 짜임새 있는 예산 집행을 곽효환 번역원장에 촉구했다.

이는 문체부가 지난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세종도서 선정·구입 지원사업’ 부실과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발전기금 예산 부실운영에 대해 질타한 데 이은 것이다. 문화 분야 전반에 대한 감사가 계속될 전망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번역출판지원사업은 지난해 16억 원을 투입하여 총 205편의 작품을 지원했다. 이 사업은 해외에서 한국 문학작품을 출간하고자 하는 국내출판사·에이전시 및 해외 출판사에 작품의 분량, 언어권, 장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번역 또는 출판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문체부 조사 결과 ▲ 소수(2~3명)의 심사위원이 1년간 심사를 도맡아 진행하였으며 ▲ 심사위원의 자격 요건이 모호하고, 심사위원 선정과정도 매우 불투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 해외출판사 지원사업의 경우, 수십 권의 대상 도서를 심사 당일 제공해 부실 심사를 초래했으며 ▲ 2021년 국내출판사 완역 지원 작품 14건 중 1건만 현지 발간되는 등 전체적인 사업관리가 부실하고 사후관리도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우리 작가의 작품이 2년 연속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K-북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집중된 번역출판 환경에서, 불공정성, 부실 논란을 야기하는 지금의 사업 운영 행태는 충격적이고 문학번역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외면하고 있다. 번역원의 리더십 각성과 자세 변화가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먼저, 2022년 총 200편이 넘는 지원작을 선정하는 사업임에도 심사위원은 2-3명에 불과했다. 국내출판사·에이전시 지원사업은 2명, 해외출판사 지원사업은 3명으로 소수의 심사위원단이 운영됨에 따라 심사 공정성 확보가 부족했다. 최저점과 최고점을 제외하지 않는 방식으로 심사가 진행돼, 심사위원 1인의 의견이 과대 대표되고, 선정작의 점수 편차가 크게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동일 작품에 대한 동일 심사위원의 작품성 점수가 심사 회차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등 평가의 객관성 확보가 미흡한 사례들이 발견됐다.

심사위원 임기도 원칙없이 운영됐다. 심사위원 임기를 사업 시행 요강에 규정하지 않고 번역원 내부 지침에 따라 운영해왔으며, 지침에 따른 임기도 지키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심사위원 A씨는 임기 1년을 초과해 동일 사업심사에 1년 4개월 동안 참여했다. 또한, A씨는 해외출판사 지원사업과 국내출판사 지원사업을 오가며 3년 가까이, 심사위원 B씨도 1년이 넘게 심사에 참여해 심사위원 구성의 공정성과 다양성 확보가 미흡했다.

심사위원 선정과정은 불투명했다. 심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시행요강은 심사위원 자격을 ‘문학평론가 및 출판전문가’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자격 요건이 모호하고, 심사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도 ‘성별·출신대학·전공분야·세대(연령)·참여횟수 등을 종합 고려한다’는 일반적인 기준만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하에 내부 담당부서가 후보자를 추천하고 기관장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위원을 선정해왔으며, 매년 이사회에 보고하는 심사위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위원이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출판사 지원 사업은 한 번에 심사하는 대상 도서가 50~60권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본회의 당일에 도서를 제공해 사실상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심사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심사기준 중 ‘작품성’ 항목의 비중이 제일 높은 점(100점 중 40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021년도 경영평가에서 해외출판사 지원사업은 작품성 외에도 출판사 역량, 출간계획 및 시장 수용도 등이 균형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지적되었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미진한 사후관리도 문제로 지적된다. 해외출판사는 번역원에 판매실적을 보고할 의무가 있으나 지난 5개년(2017~1021)간 판매실적 조사 대상 753권 중 140건(약 19%)의 판매 실적이 미집계됐다. 또한, 국내 출판사·에이전시 지원사업은 현지 출판사 섭외 이전 완역을 선지원함에 따라, 2021년 지원작 14건 중 단 1건만 출간으로 이어지는 등 번역지원 이후 사장되는 원고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문체부 측은 “번역출판지원사업이 해외에 우리나라 도서를 알리는 핵심사업인 만큼, 이번 자체점검 결과 드러난 문제점 외에도 불공정 관행을 엄밀히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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