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학자들이 역대 최악 수준인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적인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일 대만 중앙통신사는 류위안춘 상하이 재경대 총장 등 경제학자들이 최근 발표한 ‘2023 중기(中期) 중국 거시경제분석 및 예측 보고’에서 “중국 청년 실업률은 당분간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류 총장과 류사오광 인민대 국가발전전략연구원 교수, 옌옌 인민대 경제연구소 부소장 등 중국의 저명 경제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올해 신규 대학 졸업자가 1100만명을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3분기 청년 실업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중국의 청년 실업 문제는 주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추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청년 실업이 경제 악화나 경기 회복 둔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산업 재편과 고용시장 변화 과정에서 발생한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 같은 이유에서 중국의 청년 실업 문제가 앞으로 10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만약 청년 실업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경제는 물론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정치적인 문제까지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책에서는 “당국은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신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는데 이는 결국 민간기업의 생산성 투자에 의존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보조금 정책만으로는 민간 투자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둘 수 없다”고 진단했다.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치(法治)’를 건설하고 사유 재산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엄격한 방역 통제가 이뤄지는 과정에 도산하거나 경영난에 몰린 기업들이 늘어나고, 정책 불확실성 탓에 투자와 소비도 급속히 위축됐다. 법치 건설은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국민들의 권리를 다시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 사유 재산권 보호도 이뤄질 수 있어 정부를 향한 국민의 신뢰도 늘어나게 된다.
중국은 지난 5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20.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대학 졸업식에서 학생들은 사회로 진출하는 것이 곧 장례식을 의미한다며 시체 사진을 찍으며 스스로를 비관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직난에 직면한 명문대 석·박사생들이 고등학교 보건직이나 대학 기숙사 관리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정도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