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테크’의 선봉에서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광둥성 ‘혁신 4대 도시’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조 9000억 위안(약 384조 원)을 넘어섰다. 총 87개 성급시와 직할구를 두고 있는 광둥성 전체 GDP 규모가 14조 위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3.4%에 달하는 비중이며, 뉴질랜드의 2023년 GDP(약 369조 원)와도 맞먹는 규모다. 로봇, 인공지능(AI), 드론, 바이오 등 미래 기술을 이끄는 첨단산업의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중국 남부일보에 따르면 광둥성은 혁신의 ‘4대 호랑이’로 불리는 선전시 난산구, 광저우시 황푸구, 포산시 순더구, 둥관시 쑹산후에 조성된 산업 클러스터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4개 지역에는 첨단기술 기업이 1만 3000개 이상 포진해 있으며 상장기업 수만 500개에 육박한다. 광둥성 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광둥성의 연구개발(R&D) 지출은 약 5100억 위안(약 103조 원)으로 추산되며 R&D 투자 비율은 3.6%다. 지역 혁신 역량은 8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특허 허가 건수와 유효 발명 특허 건수는 모두 전국 1위다. 광둥성은 2016년 처음으로 R&D 자금 지원 1위에 오른 후 줄곧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내 R&D 지출의 약 7분의 1을 광둥성이 차지했다. 올해 광둥성의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는 기초 연구와 핵심 기술 연구 강화다. 이미 첨단산업 중심으로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는 4대 호랑이 지역 위주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곳이 난산구다. 세계 1위 드론 업체 DJI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난산구 GDP는 9500억 9700만 위안(약 191조 9006억 원)으로 광둥성 내 구(현) 중 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R&D 투자 비중은 GDP의 7.66%에 달한다. 난산구에서는 로봇·AI·드론 등 첨단산업 발전이 두드러진다. DJI·다오퉁 등 드론 선두 기업들이 신흥 산업인 저공경제를 이끌고 있다. 500개 이상의 저공경제 기업의 생산가치는 550억 위안을 넘었으며 이들 기업이 R&D·제조·운영·서비스를 통합한 드론 산업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로봇 산업 분야에서도 14개 상장사, 30개 이상의 강소 기업, 200개 이상의 핵심 기술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유비테크·퍼듀·윈징·웨장테크 등의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됐다.
둥관시 쑹산후의 지난해 R&D 개발 자금은 121억 위안으로 투자 비율로 따지면 전국 평균의 5배 수준이다. 화웨이를 필두로 하는 스마트 모바일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차세대 정보기술(IT), 지능형 장비 제조, 바이오 의약품 및 고급 의료기기, 신에너지, 신소재와 같은 신흥 산업을 지속적으로 통합 및 강화하고 있다. AI·저공경제와 같은 미래 산업도 집중 육성하고 있다.
황푸구는 전국 100대 산업구 종합 평가에서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신에너지 자동차, 집적회로, 뷰티앤드헬스, 바이오신약 등 첨단기술이 지역 산업 발전을 선도하고 있으며 수소에너지 및 에너지 저장, AI, 대규모언어모델(LLM), 빅데이터 등 미래 산업도 확장하는 양상이다. ‘2024 글로벌 유니콘 리스트’에 따르면 전 세계 1400개가 넘는 유니콘 기업 중 광저우는 24개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7개가 황푸구에 있다.
순더구의 메이디쿠카 지능형 제조 기술 단지는 전국 최대 규모의 산업용 로봇 생산 기지로, 총 8만 대가 넘는 산업용 로봇을 생산·공급했다. 산업용 로봇 외에 브라이트드림로보틱스·하이차이나한스로봇·카이쉬지에쉰로보틱스 등 건설·서비스·휴머노이드 등의 로봇 기업들이 즐비하다. 제조 기반 첨단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해 중국 정부 당국도 팔을 걷어붙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센터 구축을 위해 300만 위안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고 프로젝트별로 30만~50만 위안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전시도 휴머노이드 로봇 R&D 지원을 강화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판매량 상위 기업에 연간 판매액의 5%, 기업당 최대 300만 위안의 보상금을 제공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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