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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에는 보복…광물무기화로 번진 '칩워'

■中 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

美 '대중 견제'에 맞불 조치

WSJ "회담 앞두고 무력과시"





중국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반도체용 희귀 금속에 대한 전격적인 수출 규제를 단행하면서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경쟁의 수싸움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첨단 장비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을 통제해 중국의 굴기를 차단하고 있는 것에 대해 중국은 반도체 원료 금속 자체를 틀어 막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양측의 첨단산업 갈등이 보복전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발표한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 36개 이상의 수출통제 방안이 전기차·태양광·방위산업 등 미국의 주요 산업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차세대 전력반도체 등 효율성이 좋은 화합물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핵심적 원료로 꼽힌다. 중국은 이들 물질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사실상 독점 국가로, 중국이 수출을 통제할 경우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은 단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광물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오염 탓에 이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제 시설을 갖추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핵심 광물 연구소의 알라스테어 네일 이사는 “이번 조치는 특히 고성능 반도체 산업에서 즉각적인 파급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이처럼 희귀 금속의 수출 문턱을 높이는 것은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견제에 대한 맞불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대대적으로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시작했으며 네덜란드와 일본 등 우방국들도 끌어들여 중국의 반발을 샀다.



게다가 미국은 엔비디아와 AMD의 첨단 AI 반도체의 수출을 차단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저사양 AI 반도체까지 수출통제 범위를 넓히려 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에 더해 중국의 반도체나 양자컴퓨터 분야에 미국의 민간자본이 투자할 수 없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지난달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으로 양국간 고위급 외교 통로가 다시 열렸으나 첨단 기술 분야에서만큼은 미국의 견제가 더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5월 미국의 대표적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로 반격의 포문을 열었으며 이번 희귀 금속 수출통제로 보다 강력한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옐런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이뤄진 이번 조치는 미국과의 고위급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표현함과 동시에 유럽·한국·일본 등을 향해 미국의 대중 견제에 함부로 동참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서방 진영의 이른바 ‘디리스킹(위험 경감)’ 전략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WSJ는 “미국과의 경제 회담에 앞서 무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이전에도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광물을 무기화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 통신 업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희토류 처리 공장을 방문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희토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시 주석의 행보를 두고 미국과의 장기전을 대비한 ‘항미(抗美) 의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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