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초강경 우파 내각이 추진한 ‘사법부 무력화’ 입법 반대 시위 대응을 두고 정부와 반목했던 텔아비브 경찰청장이 사임하자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다.
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미 에셰드 텔아비브 경찰청장은 “(나는) 정치적인 이유로 축출 당했다”며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내전을 피하기 위한 선택의 대가를 치른다”며 “후임자에게 지휘권을 넘기고 경찰 봉직을 마감하려 한다”고 말했다.
에셰드 청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내각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대한 반발 시위가 일어났던 당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의 강경 진압 명령을 거부했던 인물이다. 그는 반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라던 장관의 요구와 관련해 “나는 장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시위 때 마다 텔아비브 병원 응급실을 가득 메웠을 불합리한 힘을 사용했다면 이러한 기대를 쉽게 충족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셰드 청장은 “30년간 복무한 이래 처음으로 나의 역할이 평화와 질서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그 반대라는 황당한 현실을 접했다”고 덧붙였다.
에셰드 청장의 사임 발표 직후 수천 명의 이스라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벤-그비르 장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 지도부는 성명을 내고 “에셰드 청장의 사임 발표를 통해 이스라엘 경찰에 독재를 심으려는 벤-그비르의 음모가 드러났다”며 “이스라엘은 엄청난 위험에 직면했으며 시민만이 쿠데타를 중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를 외치며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행진하는 시위대 중 일부는 주요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불을 피우다 경찰들과 충돌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에 따르면 경찰 측은 시위대를 해산하고 고속도로를 정리하기 위해 기마 경찰과 물대포를 동원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밤새 텔아비브에서 15명이 체포됐으며 예루살렘을 포함해 시위가 일어난 다른 지역에서도 최소 10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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