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무인기 공격으로부터 정부와 군의 주요 시설을 보호할 ‘안티 드론’(Anti Drone) 방어체계가 도입된다.
이를 위해 방위사업청은 다음 달 8일까지 ‘중요지역 대드론통합체계’ 도입을 위한 국내업체 대상 입찰을 진행한다.
7일 방사청에 따르면 총 485억5000만원 규모인 이번 입찰은 공군 기지와 해군 항만 등 육·해·공군 주요 시설과 정부 기관을 노린 적의 무인기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주요 시설 보호를 위한 드론 방어 체계 도입은 처음이다.
이는 지난 연말 북한의 무인기 침투 이후 군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후속 대응책의 연장 선이다. 군은 민간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적 드론을 타격할 수 있는 다양한 타격체계를 조기에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드론을 잡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드론을 직접 파괴하는 ‘하드 킬’(Hard Kill)과 무력화에 중점을 둔 ‘소프트 킬’(Soft Kill)로 구분된다.이번에 도입하는 대드론통합체계는 ‘소프트 킬’ 방식을 사용한다. 초소형 드론을 탐지·식별한 후 전파 교란(Jamming·재밍)을 통해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드는 방어체계라고 방사청은 설명했다.
북 무인기에 대응할 군 당국의 작전 체계 설계도 빨라지고 있다. 이를 위한 드론작전사령부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고 부대 창설 지역으로 경기도 포천 일원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6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드론작전사 창설 관련해 현재 전략적·작전적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후보지를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포천 일원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경기 포천·가평)실은 합동참모본부가 최근 포천 6공병여단 부지를 드론작전사 주둔지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역 주민들 반대가 거세자, 드론작전사 창설준비단은 최 의원실 질의에 “드론작전사는 지휘통제만 수행하는 부대로 소음 발생이 없다”며 “고도제한 등에 따른 주민 재산권 피해도 없을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하규 대변인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한 질문에 “지자체와 필요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러한 내용들을 지역 의원께 정리해서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군이 드론작전사 창설 지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론작전사령부 창설은 북 무인기 침투 및 다양한 도발위협의 증대, 현대·미래전의 드론 무기체계 활용 확대 등 안보환경의 변화에 따라 추진됐다. 지난 4월 입법 예고했고 6월 2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드론작전사는 국방부장관 소속으로 설치된다. 드론전력을 활용해 적(敵) 무인기 대응과 감시·정찰, 타격, 심리전, 전자기전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드론이 전쟁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르면서 안티드론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 방산업체들도 지난해말 북한 무인기 영공침범 사태를 계기로 안티드론 무기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사청이 지난 달 30일 개최한 사업설명회에는 전파 교란 방식의 드론 방어체계를 연구해 온 국내 업체들이 참여해 큰 관심을 보였다.
최경호 방사청 대변인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다양한 무인기와 드론에 대비하기 위해 실질적인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추진 중인 중요지역 대드론통합체계가 적기에 사업이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설명했다.
LIG넥스원은 최근 김포공항의 불법 드론을 탐지하는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김포공항에 공중에서 접근하거나 침입한 드론의 위치, 이동 상황을 파악해 항공기와 시설, 이용객 등을 보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불법 드론 탐지·추적·무력화를 포함한 통합 안티드론 솔루션을 구축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록히드마틴 등과 함께 안티드론 기술 기업 포르템테크놀로지스에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방식으로 총 225억원을 투자했다. 포르템테크놀로지스는 탐지·식별·무력화 등 모든 안티드론 단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현대위아가 6일 국내 최초로 ‘대 드론 체계’(Anti Drone System·ADS) 직접 요격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ADS는 군사작전에서 사용되는 드론을 무력화하는 장비로, 드론의 전파를 방해해 날지 못하게 하는 ‘소프트 킬’(Soft Kill) 기능에 공중확산탄(ABM)으로 드론을 직접 요격하는 ‘하드 킬’(Hard Kill) 방식을 추가한 체계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26일 무인기 5대를 동원해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이 가운데 1대는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를 중심으로 반경 3.7㎞ 구역 내로 설정된 P-73 비행금지구역까지 진입했다.
당시 군은 북한 무인기를 추적하면서 코브라 공격헬기의 20㎜ 기관포로 한 차례 100여 발 사격을 가했지만, 격추에는 실패했다.
또 북한으로 돌아가는 무인기를 KA-1 경공격기로 추격하면서 사격할 기회가 있었으나 민간 피해를 우려해 결국 사격하지 못했다. 이에 부수적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무인기를 공격할 수 있는 비물리적 수단, 즉 ‘소프트 킬’ 방식 무기체계의 도입 필요성이 커졌다.
주한미군은 이미 군산기지 제8전투비행단이 소형 무인기를 탐지·식별하는 이동식 레이더(X-MADIS)와 드론에 방해 전파를 쏠 수 있는 소총 형태의 ‘드론 버스터’를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