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 사원에서 시작해 산전수전 다 겪으며 관리직에 오른 김 부장(49)은 건강한 정년퇴직을 맞이하는 게 직장생활의 최종 목표다. 하지만 넘치는 카리스마로 부하 직원들을 이끄는 그녀도 세월을 피할 순 없었다. 갱년기가 찾아오면서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갑작스레 얼굴에 열이 나 갑갑함이 느껴졌고, 수시로 우울감이 찾아와 의욕이 사라지고 업무를 할 때도 실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무릎 통증까지 심해지자 정년 은퇴에 대한 자신감이 약해진 김 부장. 특히 앉았다 일어나거나 걸을 때 무릎에 욱신거리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며 출퇴근길조차 버거워졌다. 고민 끝에 전문의를 찾은 김 부장은 갱년기 골밀도 저하로 인한 퇴행성 무릎관절염이 진행 중이라는 소견을 들었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직장인들 사이에서 60세 정년은 사회생활의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정년 후에도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고령층이 대폭 늘어나면서 정년 연령의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고령층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여성 직장인의 건강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한국은행의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5세 이상 65세 미만의 근로자 중 남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10년 대비 4.5% 상승에 그쳤지만 여성의 경우 11.4%나 증가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고령층 여성에게 적합한 직무의 수요가 증가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성 직장인들이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열어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건강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이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4050세대 직장인 여성들은 업무와 일상을 위협하는 ‘갱년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선진국에서는 갱년기 여성 근로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여성 인력이 늘어나는 가운데 갱년기가 개인과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직장을 그만두는 것까지 고려하게 만든다는 연구가 많아진 영향이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이 4000여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갱년기 증상으로 결근, 단축 근무 등을 신청한 인원이 15%를 차지했고, 일부는 자진 퇴사하거나 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의 연구에서도 50대 여성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갱년기 증상을 겪었고, 그로 인해 퇴사를 결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갱년기 증상은 40대 중반부터 50대 초반 난소 기능이 저하되면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격히 떨어지며 나타난다. 에스트로겐 분비의 감소는 자율신경계에도 영향을 주며 불면증·안면홍조· 식은 땀·우울증·불안감 등을 유발하고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또한 혈중 콜레스테롤 증가와 골밀도 감소에 영향을 끼쳐 각종 심혈관질환과 근골격계 질환 등 만성질환 발생률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갱년기 증상을 침, 약침, 부항 등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치료한다. 신체 면역력 증강을 돕는 한약 치료가 가장 대표적이다. 영양 분야 SCI(E)급 국제학술지 ‘영양소(Nutrients)’에 게재된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약재인 황정(층층갈고리둥글레)과 연자육(연꽃 씨앗) 복합 추출물은 갱년기 증상에 탁월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연구팀은 갱년기를 유발한 쥐들을 △황정·연자육 복합 투여군 △황정·연자육 단독 투여군 △합성에스트로겐 투여군으로 나눠 경골 조직 촬영, 중성지방 및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농도 분석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황정·연자육 복합 추출물이 중성지방과 골손실률을 가장 많이 낮췄고, 세로토닌의 혈중 농도를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궁내막 증식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하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알파(ERα)’를 억제하고 여성 호르몬 기능을 돕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베타(ERβ)’ 발현을 안정적으로 촉진해 기존 치료제보다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40만 명이 갱년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갱년기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줄 만큼 증상이 심하다면 건강한 노후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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