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세르 알 켈라이피(카타르)는 세계 스포츠의 파워 피플 중 한 명이다. 영국 기브미스포츠가 최근 정리한 전 세계 부자 축구 구단주 베스트11에 맨체스터 시티의 셰이크 만수르(아랍에미리트)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10조 5000억 원의 자산을 자랑하는 그는 카타르 국부 펀드의 자회사인 스포츠 인베스트먼트의 수장이며 BeIN 미디어그룹의 회장이자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 소속 파리 생제르맹(PSG)의 구단주다. 네이마르, 리오넬 메시의 영입은 물론 나이키, 조던 브랜드 등과의 ‘메가 딜’ 후원 계약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런 알 켈라이피의 최신 작품이 바로 ‘슛돌이’ 이강인(22) 영입이다. PSG는 9일(한국 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의 전 소속팀인) 마요르카와 이적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강인과 2028년까지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추정 이적료는 2200만 유로(약 311억 원).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단 이적료의 20%(약 63억 원)가 이강인에게 돌아간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이강인의 이적료는 손흥민(토트넘)이 2015년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옮기면서 발생한 3000만 유로에 이은 한국 선수 역대 2위에 해당한다.
PSG는 지난 시즌까지 ‘MNM(메시-네이마르-킬리앙 음바페)’ 공격 트리오를 자랑했다. 그러나 메시가 지난달 미국 인터 마이애미행을 공식화하면서 MNM은 해체됐다. 이적설이 도는 음바페가 재계약에 사인한다면 이강인의 ‘LEE’를 넣은 ‘LMN’ 트리오가 당장 새 시즌부터 PSG의 주축이 될 수도 있다. 메시의 위대한 왼발처럼 이강인도 왼발 기술이 세계 정상급이다.
어릴 적 TV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이강인은 2018년 10월 한국 선수 최연소인 만 17세로 발렌시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른 이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다섯 시즌(발렌시아 세 시즌, 마요르카 두 시즌)을 뛰었다. 공식 경기 기록은 135경기 10골. 발렌시아에서 방출되는 아픔을 딛고 2022~2023시즌 정규 리그 36경기 6골 6도움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으면서 이적 시장의 대어로 떠올랐다. 번뜩이는 드리블과 시야는 업그레이드됐고 몸을 키우고 수비에도 적극 가담해 약점을 지웠다. 지난 시즌 무려 90차례 드리블 성공을 기록했는데 이는 유럽 5대 리그를 통틀어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과 애스턴 빌라, 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이 이강인 영입전을 벌인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은 가운데 지난달부터는 PSG와 협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8일 출국한 이강인은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입단식을 치렀다.
PSG에서 한국 선수가 뛰는 것은 이강인이 처음. 마요르카 시절의 등번호 19번을 그대로 단 이강인은 당장 10일부터 시작되는 프리 시즌 일정을 통해 새 동료들과 발을 맞춘다. 2023~2024 프랑스 리그1 개막 경기는 8월 13일 로리앙전이다. SBS스포츠가 PSG의 리그1 전 경기를 국내에 중계한다.
이강인은 “양쪽 날개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미드필더이며 공을 편안하게 다룰 줄 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우승에 대한 욕심과 갈증이 많다. PSG가 매 경기 승리하고 최대한 많은 우승 타이틀을 획득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PSG는 이강인을 “한국에서 여섯 살에 신동으로 이름났으며 (2019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을 제치고 골든볼을 받은 선수”라고 소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