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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기본 상속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토머스 페인이 1797년 발간한 소책자 ‘농업 정의’에서 매우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꺼냈다. 모든 인간은 지구를 공유할 권리를 갖고 있는데 소수의 막대한 토지 소유로 땅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니 이들도 모두 적절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21세가 된 청년들에게 15파운드(현재 가치 약 1500달러)를 지급해 성인 생활을 시작할 밑천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청년들에게 일종의 유산을 나눠준다는 뜻에서 ‘기본 상속(universal inheritance)’이라고 했다. 기본 소득과 유사한 개념이지만 월 생계비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자본을 한꺼번에 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0여 년이 지나 이 개념이 몇몇 학자들 사이에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5세가 된 모든 시민들에게 국가가 12만 유로(약 1억 7000만 원)를 나눠주자는 주장을 폈다.

이달 23일 치러지는 스페인 조기 총선을 앞두고 공산당 출신인 욜란다 디아스 부총리 겸 노동사회경제부 장관이 기본 상속 공약을 내놨다. 18세에 이른 모든 청년들에게 학업이나 직업 훈련, 창업 등에 쓸 수 있도록 국가가 2만 유로(약 2900만 원)를 지급하자는 구상이다. 디아스는 연간 100억 유로의 재원 확보를 위해 연 소득 300만 유로 이상의 부유층에 세금을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지지율 1, 2위인 우파 인민당과 중도좌파 사회노동당은 소득 형평성과 재정 안정을 무시한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22년 기준 113.1%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그리스·이탈리아·포르투갈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한국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기본 소득·대출 등 ‘기본 시리즈’를 다시 꺼내고 있다. 나라 미래보다 표심 잡기에 매몰된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 유권자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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