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이면 꼭 삼계탕을 먹었는데 올해는 ‘반계탕(반 마리 삼계탕)’을 주문했어요. 점심부터 보양한다고 마구 먹기에는 카드 값이 두렵네요.”
여름철 보양 대목인 ‘초복’을 앞두고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이 1년 새 10% 넘게 치솟으면서 2만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보양식을 먹기 위해 삼계탕 전문점을 찾으면서도 치솟은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호소했다.
초복을 하루 앞둔 10일 한국소비자원 생필품 가격정보 ‘참가격’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서울 전체 평균 삼계탕 1인분 가격은 1만 6423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1만 4577원)보다 11.2% 치솟았다. 1년 만에 약 2000원 상승한 셈이다.
실제로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 식당을 둘러본 결과 삼계탕 한 그릇의 가격은 최저 1만 6000원부터 최고 2만 원 선에 책정돼 있었다. 산삼이나 전복이 들어간 메뉴는 2만 5000원대를 훌쩍 넘었다. 점심 시간대 삼계탕 전문점을 찾은 직장인 박 모(30) 씨는 “요즘 물가가 하도 올라 1만 원 중반대에 삼계탕을 먹을 수 있다면 운이 좋은 것”이라며 “여름철에 몸보신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삼계탕 가격이 크게 오른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요리 재료인 닭고기 가격이 지난해보다 13% 가까이 상승한 탓으로 풀이된다. 축산물품질관리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도매 닭 가격은 7일 기준 4262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3879원)보다 약 9% 치솟았다. 소매가격은 같은 날 기준 6364원으로 1년 전(5584원)보다 12.2% 껑충 뛰었다. 닭 사료 가격 등 생산비 상승으로 전국 농가의 사육 규모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다가 초복을 시작으로 중복·말복까지 보양 대목 시기가 다가오면서 닭 가격이 더 올랐다. 가격조사전문기관 한국물가정보는 매주 발간하는 생활물가 동향 보고서를 통해 “닭고기 가격은 5월 가정의 달 이후 일반 가정의 수요 감소와 대학가 수요 감소를 반영해 매년 이맘때 내림세를 보이지만 닭고기 특수 시기인 ‘복 시즌’에 다시 오른다”고 분석했다.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이 2만 원에 이르자 차선책으로 ‘반계탕’을 주문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광화문의 한 삼계탕 전문점에서 일하는 직원은 “양이나 가격을 고려했을 때 닭 한 마리는 부담스러우니까 반계탕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면서 “특히 점심 시간대 찾아오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다 반계탕을 주문해 먹는다”고 말했다. 가격 측면에서 보다 합리적인 메뉴의 주문량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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