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협력사로 유명한 대만 폭스콘이 인도의 석유 대기업 베단타와 진행 중이던 195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합작 투자에서 철수를 결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경제 전략의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추진해 온 반도체 생산 공장 확보에 처음부터 차질이 생기게 됐다.
폭스콘은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베단타와 합작투자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1년여간 ‘훌륭한 반도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베단타와 협력했지만, 상호간에 합작 투자를 종료하기로 했다”며 “현재 소유하고 있는 베단타 법인에서 폭스콘의 이름을 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폭스콘은 지난해 베단타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모디 총리의 고향인 인도 구자라트주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폭스콘은 최근 몇 년 동안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의 조립·생산 중심에서 반도체 칩 등으로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는 중이었다.
로이터통신은 폭스콘이 투자 철수에 대한 자세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합작법인이 유럽 반도체 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파트너로 참여시키려던 계획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양사 간 합작투자 자체가 문제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콘과 베단타는 기술적 특허를 얻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인도 정부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합작법인 지분을 취득하는 등 위험부담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도 정부는 2026년까지 반도체 시장 규모가 63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 하에 해외 기업들의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폭스콘이 인도에서 발을 빼면서 출발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이스라엘 반도체 회사 타워반도체 컨소시엄의 30억달러 규모 투자는 인텔의 타워반도체 인수로 중단됐고, 싱가포르 IGSS의 30억달러 규모 투자도 중단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