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11일(현지 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개막된 가운데 이에 발맞춰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가 해결되면서 나토의 ‘북유럽 안보 벨트’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또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를 두고 회원국들이 어떤 수위의 합의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가 나토 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한 거부권을 철회하면서 나토의 32번째 동맹국이 탄생할 길이 열렸다. 1년이 넘도록 스웨덴 가입에 몽니를 부리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자국 안보 지원 강화 등 외교적 실리를 챙기며 나토와의 절충안에 막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를 이끌어낸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스웨덴의 가입 비준안을 튀르키예 의회에서 ‘가능한 한 빨리’ 비준하기로 했다”면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합의 소식이 전해진 후 “유럽과 대서양 방위 강화를 위해 에르도안 대통령, 튀르키예와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환영했다. 그동안 친러 행보까지 보여온 에르도안 대통령의 변심에는 미국의 F-16 전투기 수출 약속이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NYT는 분석했다. 튀르키예와 함께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해온 헝가리 역시 이날 가입 비준 의사를 재차 밝혔다.
북유럽의 맹주인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결정됨에 따라 인근 안보 지형이 격변하며 서방 진영과의 경쟁에서 러시아는 더욱 수세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군력이 강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그 자체로 나토 집단방위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는 데다 앞서 나토의 31번째 동맹국으로 가세한 핀란드와 결합해 나토가 발트해를 완전히 장악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발트해는 러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 스웨덴, 핀란드와 맞닿아 있는 동시에 또 다른 나토 동맹국인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이 둘러싸고 있는 북유럽의 최대 전략적 요충지다. 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이언 브레진스키 연구원은 “스웨덴이 합류하면 발트해가 ‘나토의 연못’이 된다”며 “유럽 중북부에 안보와 군사적 안정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토 입장에서는 특히 러시아가 해군력을 증강하고 있는 발트해 연안에서 군사적 공백을 메우는 효과가 상당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스웨덴은 그간 중립국을 표방해오면서도 1990년대 중반부터 핀란드와 마찬가지로 나토의 국제 임무에 기여했으며 군 인력 및 장비와 지휘 구조를 나토와 상호 운영할 수 있도록 구축했기 때문에 즉시 전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주요 쟁점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해 정상들은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의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을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혀 온 바이든 대통령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회동한 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미래에 대한 당신의 제안에 동의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앞서 그는 우크라이나에 이스라엘식 비조약 안보 보장을 제안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가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입 일정을 제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터무니없다”며 반발했다. 그는 “'조건들'에 대한 모호한 문구만 추가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에 테러를 계속할 동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우려를 의식, 전쟁이 끝난 뒤 유럽연합(EU)과 나토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뜻은 밝혔으나 이번 회의에서 최대한 나토 가입에 대한 확답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그는 12일 직접 현지에서 미국을 비롯한 EU 회원국들과 연쇄적인 양자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점점 더 결속하는 나토를 향한 러시아의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앞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이미 반쯤 망가진 유럽 안보 구조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러시아에도 궁극적인 위험과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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